걷다 / 가만히 있었으면 괜찮았을 건데. 괜히 쑤석거려서 일을 만들고 사고를 친다. 그르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속도 상하고 화도 치밀어 오른다. 무슨 귀신이 씨여 무슨 생각으로 멍청한 짓을 했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어리석고 한심하다. 한심하고 멍청한 과거를 그냥 운명으로 팔자로 그렇게 치부하기엔 너무 뻔뻔스럽고 내가 이런데 옆에서 보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 후회는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는 법 그러나 자꾸 생각나는 게 후회다. 무슨 생각을 어떻게 꿰맞추어 본들 시원한 구석이 있겠냐. 걷고 걷고 또 걷는 게 약이다. 그러면서 하나 둘 잊어버리자. 걷다보면 많은 것을 보게 되며 본만큼 많은 것을 생각한다. 거기에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들어 있다. 그중에는 나하고 관련이 없는 것도 많다. 그 허상을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