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찍은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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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손거울 메모지 각종카드 현금 8만원 기타 등등
이런 것들이 들어 있는 지갑을 공원에서 잊어버린 것 같다.
공원 여기저기 앉아 있다가 왔는데
혹시 그 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를 맞으며 몇 번이나 가 보았지만 허탕이다.
그리고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길이 없다.
이렇게 3일이 지나가고 혹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차있는데
매일 열어 보는 지갑이라 얼마나 허전하고 알짜찍은 하든지
금방이라도 여기 있다며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누군가가 주었다면 돈은 가져가더라도
신분증은 우체통에 넣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도 들고
혹시 돈만 가지가고 빈지갑을 쓰레기통에 버렸을까 하는 이런 생각이 들어
공중화장실 쓰레기통도 궁금해져 뒤져 보고 싶어졌다.
별이 별생각이 다 들면서 세상도 원망하고 나도 원망스러워졌다.
혹시 파출소나 동사무소 우체국에 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전화로 다 물어보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4일째 되던 날은 분실 신고를 하려고 맘먹고
다시 한 번 방을 살피며 침대 옆을 보다니까
아들 녀석이 며칠 전 덥다고 침대를 벽에서 떼어놓았다 붙여놓는데
혹시 그 옆에 있나며 찾더니 잊어버린 지갑을 꺼낸다.
얼마나 반가운지 죽은 자식 살아 돌아온 기분 같았다.
그동안 아리까리 알짜찍은 찝찝한 마음을 한방에 날려 보냈다.
그러면서 많이 깨달았다.
가져간 사람보다 잊어버린 사람이 더 죄인이라는 말도 떠오르고
잘못되면 남부터 의심하는 마음 세상을 믿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확정짓고 단정 짓는 마음 나의 어리석음을 느낀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상대방과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라면
얼마나 큰 죄가 될 뻔한 일이였던가.
세상엔 이런 크고 작은 일들이 비일비재 할 텐데
재판으로 현명한 판결이 내려지지만
그래도 억울해하며 분통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고통과 역경이 한 단계 성숙시키고 생각도 바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