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마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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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이나 큰 사고로 종합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위압감을 느낀다.
입원하는 당사자를 따라가는 보호자(대부분 집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다.
첫 입원 사실에 놀라면서 병원비는 얼마나 될까??
수술은 잘 될까?? 수술 후에는 어떻게 될까?? 등등 ........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생각하면 우울하기 짝이 없고 서로 별 말이 없다.
입원하는 당사자는 오히려 담담한데
따라가는 보호자는 대부분 집사람 마누라인데 걱정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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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수속 밟으면서 떨리고 불안한 마음에 환자보다 더 안절부절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까운 친지들에게 전화하기에 분주하다.
병실로 가면 같은 처지의 환자들이 同病相憐(동병상련)이라고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리고 함께 온 보호자(마누라)들의 천태만상의 풍상
또 다른 세상살이 한 단면을 본다.
큰 수술로 회복 불가능으로 절망적일 때
갖 결혼한듯 한 젊은 새댁은 도망을 가기도 하고
처음 입원할 때는 조심조심하며 잘 대해 주지만
여러 번 입원하면 이러쿵 저러쿵 주문도 많고 짜증을 낸다.
그래서 간혹 병실에서 부부싸움 하기도 하고 퇴원 후 제 갈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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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오래 동안 살아온 금실 좋은 노부부 할머니의 정성
침상에서 오줌똥 못 가리며 뒤척이는 영감님을 어린아이 다루듯 하면서
냄새나는 대변도 찰떡 만지듯 능란한 솜씨로 받아낸다.
그러나 인상 쓰지 않고 더 잘해주지 못해 안스런 표정이다.
그리고 구석구석 닦아주고 욕탕으로 데리고 가서 시키고
손.발톱 깍아주며 머릿결도 청결하게 다듬는다.
식사 때면 영감님부터 먼저 먹여 놓고 나서
그 수져 그대로 남은 반찬으로 면전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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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데
보호자는 통장의 돈 몽땅 빼어서 도망가는 못 땐 마누라도 있다.
어떤 중년의 부인은 신랑은 괴로워서 병상에서 뒤척이는데
옆에서 화장하고 자기 몸 다듬는데 정신이 없다.
휠체어 태우고 나가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치기도 하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먼 곳만 바라보며 마지못해 밀고 간다.
이에 비하면 구박하는 마누라가 그래도 고마우며 감지덕지다.
또 어떤 자는 생활형편이 어려워 환자(신랑)에게는 정식 밥을 먹이고
부인은 환자들이 먹다가 남긴 밥을 끌그모아 구석에서 먹으며 눈물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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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부위가 아물면 보통 재활훈련 나가는데
환자를 대하는 표정을 부면 가족관계를 대충 알 수가 있다.
딸은 혹시 우리 아버지가 잘못될까봐 노심초사하며
근심어린 표정으로 옷맵시도 바로 잡아주고 어디 불편한곳 없냐며 물어 보며
조심스레 휠체어를 밀고 재활센터로 간다.
며느리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시선은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고
환자의 차림세는 관심도 없고 빠른 속도로 휠체어만 밀고 간다.
이모는 체면치레 건성으로 좋은 말만 널어놓으며
남의 이야기 하듯 목소리를 높인다.
고모는 이곳저곳 주문도 많고 안스런 표정으로 목소리가 나지막하다.
(물론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잘하는 며느리 이모도 많다
그리고 며느리만 못한 딸도 있고 이모보다 못한 고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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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는 최고의 실권자 보호자로 권한도 의무도 막중하다.
이런 마누라와 평시에 금술이 좋은지 나쁜지 확연히 들어난다.
사이가 원만치 못하면 남들이 안 보이는 화장실 같은 구석진 곳에서는
이곳저곳 상처 안 나게 꼬집기도 하며 온갖 구박을 다한다.
그리고 그동안 서운한 이야기 다 쏟아낸다.
“내가 뭐라고 했어” “ 그만치 술.담배 하지말고 몸관리 잘하라고 했지”
“내말 안 듣드니 꼬시다 꼬셔 아이구 이 웬수야”
“퇴원하면 또 내말 안들을 거야“ 등등...........
심하면 이보다 더한 육두문자도 나온다.
이쯤 되면 병의 원인이 된 온갖 구설수를 다 뒤접어 쓰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집에서 호랑이 같은 남편은 토끼가 되고
토끼같은 마누라는 무서운 호랑이가 된다.
그래도 병원가면 열 효자 보다 악처 한명이 더 났다.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켜주지만 간혹 이런 못 땐 마누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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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병에 효자 없다고 건강해야 금술도 좋다,
아프면 부부 사이가 소원해 진다.
젊었을 때 바람피우고 딴 짓거리 하면서 마누라 속 썩이면
늙어서 병원가면 이렇게 옴팍 당하는 수가 있다.
어떤 부인은 얼마나 한이 맺혔는지
신랑 유골을 화장장 옆 길가에 마구 뿌려 아작을 내고 가는 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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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러나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괜찮은데
병원비에 쪼들리면 누워있는 침상이 가시방석이다.
그래도 같은 처지의 환자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으며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돌봐주는 정감어린 보호자(마누라)의 모습은
병실을 훈훈하게 하고 다른 환자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래서 그럴까 퇴원 후 같은 병실 환자의 안부전화는
마누라를 먼저 찾을 때도 있다.
병원에 가면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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