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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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유례없는 강추위에 잦은 폭설로
구석진 곳엔 겨울 내내 잔설이 녹지 않고 수북이 쌓였는데.
2월 중반을 넘어서야 포근한 날씨에 슬슬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두툼한 겨울옷을 걸치고 걷다보면 어느새 목덜미에 땀이 찬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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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응달진 곳으로 들어서면 싸한 찬 공기가 밀려온다.
좀 덥다고 촐랑거리다가는 감기 걸리기 딱 좋다.
2월 날씨가 따스하다하지만 아직은 음력으로 정월(1월)달이다.
세상은 이렇게 자연의 순리대로 한해가 가고 두해가 간다.
친구들도 어느새 모두들 4반세기(50고개)를 훌쩍 지나왔고
이제는 60고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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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는 겨울 오는 봄을 수없이 보아왔건만
그늘진 마음은 늘 한겨울이고 허전하다.
언젠가는 따스한 봄날도 오겠지만
그때는 이미 때가 늦을지도 모른다.
삶을 괴롭히는 잡다한 지난영상들,
다 내 못나고 어리석고 모자라서 생겨난 부질없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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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 돌아보니 어느 스님이 말한 것처럼 다 물거품이 아니였던가.
그렇게 수없이 일어나고 사라진 비누거품 같은 지난 과거
무엇이 씻겨나가고 무엇을 남겼는가(깨달음).
앞으로도 거품은 계속 이어질 텐데
거기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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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40세)이면 내 얼굴은 나의 자화상인데
40대를 넘어왔으니 힘들게 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면
그것은 내가 쌓아놓은 업장이요 팔자가 아니겠는가.
거기서 벗어 날수도 있고 주저앉을 수도 있는데
이 나이에 누구를 원망하며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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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삶) 자체가 고행이라 했거늘
이런 생각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고 겸손하게 살자.
따스함과 차가움 속에 계절이 교차하며 세월이 간다.
그리고 2월도 다가고 친구들도 늙어간다.
오늘도 2월의 봄 향기가 피어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