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27

7. 내 방식/

내 방식 / 세상은 내 생각처럼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내가 하나 하면 세상은 들 셋 열을 말한다. 이럴 줄 알았는데 저렇게 되고 저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고 종잡을 수 없을 때가 있다 /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안 그런 척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고 슬프다.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일까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자존심 때문이 아닐까. /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해 주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해 주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서 긴 병에 효자 없고 친구 벗이 많다 한들 누가 같이 가랴. / 속이 헌 하게 보이는데도 엉뚱한 논리 펴며 자기고집 부릴 때면 그 속내를 누가 모르랴 때로는 그래도 안그런 척 안그래도 그런 척 그러면서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 아니던가 /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게 세상 물정인데, 어디 ..

가을 2010.03.08

6. 벌초/

벌초 / 한가위를 앞두고 조상묘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어내는 벌초 7-80년대만 하여도 벌초는 낫으로 풀을 베어 냈는데, 지금은 풀베기 예취기가 왱하며 한번 돌고 나면 금방 쑥닥 베어낸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벌초하는 풍습도가 이렇게 확 바뀌었다. 그래도 풋풋한 풀내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풋풋한 풀내음을 향기라 할 수 없지만 그 냄새 듬뿍 묻어 날 때면 옛 향수를 자아낸다. 어렸을 때는 별 생각 없이 그냥 풀내음 쯤으로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 지금 냄새를 맏아보니 새삼스럽다. 풀내음은 같으나 다가오는 느낌은 다르다. 마음이란 게 같은 상황이라도 내가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다 다르며 여러가지 형상을 그려 낸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때가 되면 사라지는데, 저 나뭇잎은 무엇이 급하여 알록달록 노랑..

가을 2010.03.08

5. 쾌청

쾌청 [快晴] / 비 오고 맑게 갠 높은 하늘 먼지 하나 없이 화창한 오후 영락없는 가을이다. 석양빛 길게 늘어진 그림자 이룰 때면 높은 쪽빛 하늘의 푸르름은 눈이 시리도록 새파랗게 질러 있다 나뭇잎은 어느새 누러스럼한 초록으로 변하여 바람결에 흔들려 그 빛깔 영롱하게 비쳐온다. 잠자리떼 나풀거리며 나뭇가지 위에 앉는다 옆에 있는 코스모스도 시샘하는지 꼬리를 치는지 요번에는 거기로 우르르 몰려간다. 그래도 매미 소리 그칠 줄 모른다. 이 좋은 계절에 마음의 상처 다 용서하자 용서는 남을 위해 하는 것 같지만 나 자신을 위하여 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에게 먼저 겸손해 지자. 가는 여름이 아쉽다.

가을 2010.03.08

4. 가을비/

가을비 / 가을비는 왠지 스산한 느낌이 든다. 가을비 우산속이라는 노래 가사 말이 생각난다. 9월로 들어서는 첫날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가 점점 세차다 여름 비도 가을 비도 아닌 것 같아 황당하다. 살갗에 닫는 차가므레한 감촉은 깜짝깜짝 오싹오싹 놀라 오한이 든다 찜통더위를 생각하면 세월은 속일 수 없나 보다. 아들도 얼마 전 이등병 달고 휴가나온 것 같은데 벌써 이엿한 병장 달고 제대 1달 반정도 남겨두고 3박4일 포상휴가 받아 신나게 놀다가 귀대한다 군대생활 할만치 한 거 같은데 아직도 귀대하는 표정이 없다 이런 아들은 저 비가 어떻게 느껴질까 ? 이등병 졸병 시절엔 서글프고 무거운 마음이였을 테고 제대 한달여 남겨둔 지금은 홀가분 할 것 같은데. 말이 없으니 그 속내를 모르겠다. 저 가을비를 보고도..

가을 2010.03.08

3. 막바지/

막바지 / 아름답다, 곱다, 물감을 뿌려 놓았다, 등등 온갖 말들로 한 달여 동안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 주인공 단풍은 어디로 가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찬바람만 횡횡 거리는가. / 나무 아래 숙북이 모아 놓은 갈색 낙엽들은 가을걷이 곡식 말리려고 늘어 놓은 것 같다. 빗자루에 쓸려와 마대에 담겨지지를 기다린다 훈련소 1달려 동안 훈련 마치고 자대배치 받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는 이등병 같다. / 소각장으로 갈지 농장 거름 터미로 갈지 귀한 몸 되어 낙엽 전시장으로 갈지 어디로 팔려갈지 낙엽도 나도 모른다. 훈련소 마친 이등병 어디로 팔려 갈지 몰라 기대와 설레임 초조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과 같다. / 어디로 가든 빨리 자루에 담겨져야 맘이 편한데 단풍으로 가지 못하여 푸른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닌 푸르죽죽하게..

가을 2010.03.08

2. 어느날 오후/

" 어느 날 오후 " 차가운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부는 어느 날 오후 등산을 갔다가 집으로 오는 전철 안 풍경 많은 사람들 무슨 일이 저리도 많아 이리 바쁠까 저분들 중에 지금 나보다 더 바쁜 사람이 있을까 이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집 없는 천사가 구걸을 청하며 지나간다 주머니 속에서는 동전 한 두개도 선뜻 나오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다른 사람들도 못 본 척 고개를 돌린다 차안의 온기는 가진 자의 열기 일뿐 저 걸인은 바깥 공기보다 더 차게 느낀다 고스돕 칠 때는 배춧잎도 휴지통의 휴지 꺼내듯 꺼내어 주었는데 몇 시간 전 스님의 목탁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들여온다 전철을 내려 역 광장앞 횡단보도에 다달으니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찬 길바닥에 넙적 엎드려서 바구니를 앞에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청..

가을 2010.03.08

1. 낙엽을 밟으면서...........

낙엽을 밟으면서.......... 가을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래서 사색의 계절이라고도 하지요 생각하면 생각나는 게 어디 한두 가지 이겠습니까 깊은 생각에 빠져 인생살이 속속 파헤쳐 본들 아픈 가슴만 더욱 아프게 할 뿐입니다 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몇년전 90대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부인을 몇 년간 정성껏 보살펴 오다가 갑자기 부인을 목 졸라 죽이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서를 이렇게 남겼다고 하지요 우리는 살만큼 살았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으며 가진 돈 250만원은 장례에 보태어 쓰라고 했답니다 이 소식이 뉴스를 타고 전국에 퍼질 때 쓸쓸한 가을을 더 쓸쓸하게 하였으며 삶이 무엇인지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나하나 눈감으면 복잡하고 잡다한 일 들 묻혀지겠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

가을 201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