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푸린 가을하늘/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하드니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우둑우둑 마구 떨어진다. 뛰어 가기도 난감하고 어디한곳 피할 곳도 없는 소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황당한 신세가 되었다./ 그냥 그렇게 비 같지 않은 비를 청승맞게 맞으며 우거진 나무 밑으로 잠시 피했다. 옷이 많이 젖은 것은 아니지만 습기가 찬 우중충한 모습에 끌적찌근한 감촉 기분도 상쾌하지 않고 그냥 그렇다. /살다보면 예측하지 못한 이런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하나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역성들면 못산다.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따라 떠나간 자들도 많은데 살만큼 살아서 그럴까 별 희망과 즐거움이 없어서 그럴까 때로는 그들이 편안해 보인다.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몸이 움직이지만 곧 마음이 움직여야 사는 것이다. 그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