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27

27. 찌푸린 가을하늘/

찌푸린 가을하늘/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하드니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우둑우둑 마구 떨어진다. 뛰어 가기도 난감하고 어디한곳 피할 곳도 없는 소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황당한 신세가 되었다./ 그냥 그렇게 비 같지 않은 비를 청승맞게 맞으며 우거진 나무 밑으로 잠시 피했다. 옷이 많이 젖은 것은 아니지만 습기가 찬 우중충한 모습에 끌적찌근한 감촉 기분도 상쾌하지 않고 그냥 그렇다. /살다보면 예측하지 못한 이런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하나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역성들면 못산다.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따라 떠나간 자들도 많은데 살만큼 살아서 그럴까 별 희망과 즐거움이 없어서 그럴까 때로는 그들이 편안해 보인다.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몸이 움직이지만 곧 마음이 움직여야 사는 것이다. 그 마..

가을 2013.09.21

26. 소원/

소원/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다가도 저녁 무렵엔 시원하며 차그므리한 감촉이 돈다.독서하고 사색하고 잠자고 살찌고 하늘 높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이 좋은 계절 마음껏 즐기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면 얼마나 쓸쓸하고 허전할까 그래서 고독의 계절이라고 했든가. 그런 사람들의 허전함을 달래며 소원 빌어 본다. 좌우간 춥지도 덥지도 않아 좋다. 아무 옷이나 입어도 괜찮다. 일도 처음시작과 마무리 할 때가 좋고 입학과 졸업이 설레며 늦둥이와 맏이가 관심을 끈다. 처음과 끝이 좋으면 만사 오케이다. 이 좋은 계절에 나와 인연 맺어 정담 나눌 사람 없을까 그러면 쓸쓸한 가을이 되지 않을 텐데 늦여름을 보내며 소원을 빌어 봅니다.

가을 2013.08.30

25. 천태만상/

천태만상 / 한날한시에 태어난 손가락도 길고 짧은 게 있고 한 나무에서 같은 시기에 함께 피어난 입사귀도 낙엽으로 질 때는 색깔도 떨어지는 날도 다르다. 같은 연령대 이지만 누구는 60을 살고 누구는 90을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가로수, 공원의 나무, 산과들의 나무와 식물들 울긋불긋 노랗게 황금물결 이루는 가을의 정취 노랗게 빨갛게 푸른색 갈색 등등 형형색색의 단풍잎 봄부터 같은 하늘 아래에서 햇볕 받고 비바람 맞으며 함께 살아(버터)왔건만 저마다 속 모르는 사정이 있기에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때는 이렇게 천차만별이다. / 가을날 천태만상의 풍경이 혼란스럽지만 그 속에는 질서가 있고 조화를 이루기에 가을은 풍요롭고 아름답다. 모두가 하나로 통일 되었다면 곧 싫증이 날 것이다. 세상살이 또한 저마다..

가을 2012.10.26

24. 9월의 하늘/

9월의 하늘 / 절기에 맞추어 계절의 흐름은 정확하게 이어진다. 찜통더위에 억수 같은 장대비로 우울하게 했는데 쾌청하고 청명한 하늘은 가을이 임박했을 암시한다. 9월의 비는 가을비도 여름비도 아니다. 내릴 때마다 기온이 뚝뚝 떨어지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 검푸른 나뭇잎이 시위라도 하듯 이리저리 술렁인다. 마치 가는 여름이 아쉬워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 여름이라 하기에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가을이라 하기엔 한낮 햇볕이 너무 뜨겁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야누스 같은 9월 그늘은 서늘하고 땡볕은 살갗이 따갑다. 아침저녁에는 긴 옷 한낮에는 짧은 옷 먹거리도 시원한 것 찾다가 햇곡식 풋과일이 등장한다. 이렇게 의복도 음식도 전환점을 맞으며 혼란스럽다 마음도 확확 털어버리는 전환점을 맞이하면..

가을 2012.09.10

23.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 / 秋(추)夜(야)何(하)寥(료)寥(료) 가을밤은 어쩜 이리 쓸쓸도 한가? 我(아)懷(회)方(방)戚(척)戚(척) 나의 마음 슬프고도 슬프다오. 素(소)月(월)帳(장)間(간)照(조) 하얀 달은 휘장사이 내려 비추고 寒(한)露(로)葉(엽)上(상)滴(적) 찬 이슬은 잎새 가에 맺혀 있다오 憂(우)人(인)坐(좌)不(불)眼(안) 수심 깊어 앉은 채로 잠 못 드는데 草(초)蟲(충)鳴(명)在(재)壁(벽) 풀벌레는 벽 틈에서 칙칙 운다오. 地(지)子(자)不(불)可(가)思(사) 떠난 당신 그리워도 볼 수 없기에 獨(독)夢(몽)寒(한)齋(재)夕(석)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꿈꾸오. ---------오원---------

가을 2012.01.07

22. 휴게소

휴게소 / 벗으면 춥고 입으면 덥고 그럼 어쩌란 말인가 이게 가을이다. 가을같이 항상 편리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고속도로에서 3,000CC 고급 검정쌔단 승용차 타고 씽씽 달리며 부유층 표티 팍팍 내다가 복잡한 휴게소 들러서는 장애인 표지판 올려 높고 건물 옆 한산한 장애인 주차장에 버젓이 세운다. 내려서 걸어가는 모습으로는 어디가 장애인지 알 수 없다. 장애인 주차장은 장애인에게 조금이라도 편리를 주어 다 같이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함이며 그 편익의 하나로 건물 바로 옆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있다 다른 곳은 복잡해도 누구든 여기는 비워 둔다. 그렇게 번쩍거리는 고급차 타고 경제적 능력 있어 이런 곳에 주차하면 비장애인도 상대적 박탈감 가진다. 장애인이라고 좋은 차 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짜..

가을 2011.12.17

21. 추풍낙엽

추풍낙엽 / 바람도 불지 않고 화창한 날씨인데 나뭇잎이 한잎 두잎 떨어진다. 이 좋은 날 모두들 즐거워하는데 때가 되니 저렇게 맥없이 떨어진다 / 오는 자 누가 막으며 가는 자 누가 잡을 손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고 의료기술이 좋다 하여도 모두가 자연의 한계 수명을 벗어 날 수는 없다. 단풍잎은 지는 순간에도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 가로수길 공원 길 걷노라면 가을 정취 속으로 흠뻑 젖어든다. 저마다 맑은 공기 마음껏 들이마시며 건강 위하여 운동하느라 여념이 없다. / 오늘 같은 날만 있으랴 별의별 날이 다 있었는데 새털같이 많은 날 중 어느 하나 잘못 삣긋하면 인생항로 가는 나침판이 확확 뒤틀리고 잘못되면 저 단풍잎처럼 여지없이 무너진다. / 이 화창한 날 맥없이 무심하게 떨어지는 저 단풍잎을 보..

가을 2011.11.26

20. 추석날 오후

추석날 오후 / 지난 추석 날씨는 흐릿하고 대부분 고향으로 내려가서 1,500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는 조용했다 평상시 번질나게 드나들던 차량도 어쩌다 한두 대 드나들 뿐 텅텅 빈 아파트 주차장은 썰렁함을 넘어 적막감이 돈다 / 단지 내 나무밑 벤치에는 반백이 된 희끗희끗한 머리 주름살 자글자글한 노부부가 서로 대화도 없이 머리를 푹 숙이고 바닥만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표정 같기도 한데 그렇게 몇 시간을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해가 기울자 닭장 같은 아파트로 들어간다. 추석날 이런 풍경을 보니 얼마나 서글프고 청승맞든지 표정이 하도 굳어 있어 무어라 말 붙이기도 어려웠다. 그분들도 자식이나 친인척들이 있을 텐데 속사정을 모르니 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명절이지만 집에..

가을 2011.11.26

19. 흐림/

흐림 / 가을날의 흐림은 어스스 하고 서늘하며 가을에 해당되는 나이가 되면 마음도 그렇다. 그래서 중년에 외로움을 더 타는 것 같다. / 상처는 치료하고 약 바르고 세월가면 아물지만 그러나 그 흔적 자국은 영원히 남는다. 요즘은 성형수술이 발달하여 말끔히 지울 수 있다지만 원래대로 완전하게 돌아오지는 못한다. 그러니 항시 찜찜하게 살아간다. 몸의 상처는 이렇게나마 치유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평생지울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한다. / 몸의 상처든 마음의 상처든 관리가 잘못되어 환경이 나빠지면 언제든 다시 도진다. 정상적인 부위보다 더 조심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 잘만 관리하면 보기에는 흉하지만 딱딱한 딱지가 붙어 오히려 더 안전하고 튼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적으로 시각적으로 항상 꼬리를 달고 살아간다. ..

가을 2011.10.24

18. 가을

가을 / 가을비 내려 맑게 갠 높은 하늘 티끌(먼지) 하나 없는 화창한 오후 영락없는 가을 날씨다 / 석양빛 늘어져 그림자 길게 드리울 때면 청명한 쪽빛 하늘의 푸르름은 눈이 시리도록 새파랗게 질려온다. / 나뭇잎은 어느새 누르스름한 황갈색으로 변하여 바람결 타고 나풀거릴 때 영롱한 빛깔에 눈이 부시네. 지나가는 한줄기 갈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 길옆 코스모스도 시샘을 하는지 꼬리를 치는지 스쳐가는 바람결에 이리 저리 흔들거리고 벌 나비는 꽃을 찾아 바쁘게 날아다닌다. / 창가 베란다 넘어 밤하늘엔 달빛이 헌 한데 커텐타고 들어온 달빛 교교히 흐르면서 기다란 그림자 그리면서 밤새도록 노닐다가 새벽녘에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 / 지난날 깨어지고 응어리진 내 마음 눈 내려 덮여질까 비 내려..

가을 201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