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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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수안보 여름휴가에서 고향친구들과 같이 모였을 때
동창회 소식지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전달하면 어떠냐며
나보고 해보라고 했지만 능력도 안 되고
형식적인 이야기 한들 무엇이 와 닫겠는가.
그리고 참석 저조하고 틀에 박힌 야기는 곧 심드렁해 진다.
서울 수도권 우리들의 모임은 완벽하리만큼 잘 모이고
모임 때 떠오르는 생각과 있었던 일들을
동문회 19회 게시판에 올려보고 친구들과 종희에게 보내어 본다.
예전 같으면 하나하나 쓰거나 등사잉크로 밀어야 하는데
지금은 컴퓨터로 깔끔하게 처리하여 동시에 알릴수 있으니
세상은 정말 편리해졌고 좋아졌다
세상은 이렇게 천지개벽을 할 만큼 변하여 가니
잘 활용하고 바람을 타면 편리하고 좋은 세상인데
이런 세상에 대한 감사함보다 불평이 더 많은 것 같다.
세상이 어떠하든 우리들의 기억은 바꿀 수도 꾸밀 수도 없고
나이 먹으니 아련한 추억이 되어 잊혀 지지 않는다.
그래서 동창회도 하고 지역별로 소모임도 자주 가져보지만
매번 술 먹고 고스돕 치고 수다 떨며 그 소리가 그 소리다.
그래도 편안하고 즐거운 것은 다 같이 공유하고 있는
그 무엇인가 떠 오르는 우리들만의 추억 때문인데
그 기억(사실)은 같지만 느낌의 감정은 각자 다르며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픔도 기쁨도 슬픔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그리움으로 승화되어 추억으로 맺는다.
그 허전함을 달래려고 이제서야 그리워하며 만남을 가진다.
서울.수도권 모임은 회칙도 없고 정해진 날짜도 없지만
이심전심으로 다 알아듣고,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모인다.
정해진 게 없으니 신경 쓰이는 것도 부담감도 없다
그래서 여름 휴가때면 두식 재인 익철이도 찾아온다.
분위기 썰렁어색하면 돈 주고 오라해도 안 올 것이다.
어쩌면 친인척보다 더 자주 만나고 편안하게 야기하니
가까운 이웃사촌이 멀리 있는 친인척보다 낫다 하는데
10여년이상 만나 왔으니 어디 이웃사촌에 비유 되겠는가.
가까운 친인척은 명절이나 길흉사때 자주 만나지만
각자 위치가 있어 신경 쓰이고 용건만 야기하고 행사 끝나면 바로 간다.
그래서 명절증후군도 생기고 그렇게 편안한 자리가 아닐때도 있다.
이런 자리보다는 우리들의 자유스런 자리가 편안하고 즐겁고
매번 만날때 마다 사람사는 만남의 정을 느낀다.
동창회도 한때는 반짝했지만 요즘 사회적 추세는 어느 학교든 시들하고
소모임도 10명을 넘어가면 잘 안 된다고 한다.
오래도록 만나다 보니 친구들의 사정이 편치 않으면
다른 친구들도 우울하고 좋은 소식이면 내일처럼 기쁘다.
“고스돕 따고 싶으면 따고 잃고 싶으면 잃는다고"하며
말로 고스돕판을 들었다 낫다하는 대연이도
한방에 새가되어 날아가니 뻥이다 뻥 ㅎㅎㅎㅎㅎㅎㅎ.
성철스님이 세상을 떠나며 한 말은 뭐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참선 잘 하그래이”이 한마디를 수제자들에게 남겼는데
자신을 돌아보고 갈고 닦는 수행은 평생을 해도 모자란다.
돌아보면 기능과 재주가 모자랐던 것이 아니라
생각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이 아니였던가 싶다.
머리보다는 가슴의 아쉬움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만나면 내 야기도 하고 친구 야기도 듣는데
취기고 오르고 분위기 무르익으면 깊숙한 속마음도 들어내지만
무슨 말을 하고 들은들 시원한 해결책이 있겠는가.
내 치부 다 들어 낼 수는 없고 답답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겉치레 체면치레의 말이였든 쓴소리였든 충고였든 덕담이였든
나에게 해당된다면 거기의 정답이 들어있는데
산다는게 깊이 생각하면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한번쯤 새겨보면 편안함도 느껴진다.
한번가면 다시 못 오는 인생 목숨은 하나인데
3천리 금수강산 무엇이 급하리 천천히 쉬어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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