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사람

13. 노인과 단풍

초막 2013. 9. 13. 12:47

 

 

 

 

노인과 단풍

 

바람도 불지 않는 화창한 날씨인데

나뭇잎이 한잎 두잎 떨어진다.

이 좋은 날 모두들 즐거워하는데

때가 되니 저렇게 맥없이 떨어진다

 

오는 자 누가 막으며 가는 자 누가 잡을 손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고 의료기술이 좋다 하여도

누구나 자연의 한계 수명을 벗어 날 수는 없다.

단풍잎은 지는 순간에도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가로수길 공원 길 걷노라니

가을 정취 속으로 흠뻑 젖어든다.

저마다 맑은 공기 마음껏 들이마시며

건강 위하여 운동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 같은 날만 있으랴 별의별 날이 다 있는데

새털같이 많은 날 중 어느 하나 삣긋하면

인생항로 나침판은 어디를 가르킬지 모르고

잘못되면 저 단풍잎처럼 여지없이 떨어진다.

 

이 화창한 날 맥없이 무심하게 떨어지는

저 단풍잎을 보니 생각나는 게 참 많다. 

풍요롭고 공허한 가을의 전설

단풍도 노인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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