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사람

9. 거리 풍경/

초막 2013. 9. 4. 17:06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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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니다

따가운 햇볕은 살 갓을 태울 만큼 강열하지만

그늘 아래로 들어서면 서늘함의 한기를 느낀다.

낮에는 늦여름 밤에는 초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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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가로수는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검푸른 나뭇잎의 고고한 자태는 싱거러움을 더한다.

그러나 가는 세월 누구가 붙잡을 손가.

잔디는 새치머리칼 생겨나듯

이고저곳 듬성듬성 연두 빛을 띠며 노세함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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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지나면 거리의 풍광이 달라져 갈 것인데

그러다가 찬이슬 내리면 폭삭 주저 않고

함박눈 내리면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다.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며

올해도 변함없이 그렇게 수순을 밟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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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 사람들의 모습도 천태만상이다.

반바지 반소매 미니스커트 긴 옷의 야릇한 모자

색상도 알록달록 가을인지 여름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래도 저마다 조화를 이루며 잘 어울린다.

신발도 샌달 구두 운동화 등산화 굽 높은 힐

거기다가 양발을 신든 안 신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 중 보일 듯 말 듯 한 초미니스커트가 백미 중에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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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발에서 스쳐가는 냄새가 코끝을 스쳐가지만

신선한 자연의 향기만 할 손가.

잔디 깎고 풍겨나는 풋풋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다른 냄새 같으면 공해라고 난리가 날 텐데

은은하게 퍼져가는 풀내음은 싫지가 않다

모두가 가을 날씨만큼이나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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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좋은 이야기만 하자.

그리고 내년에도 그다음 그다음도

이런 마음 이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늙어가는 몸이라

언제 어디서 멈출지는 하늘만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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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아래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무슨 수다를 저렇게 떠는지.

좋은 날씨에는 관심이 없고 먹고사는 세상야기 같다.

그래도 공기는 아랑곳 하지 않고

미풍으로 다가와 살랑거리니 한결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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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지는 매미소리가

오래가지 못하고 끊겼다 이어졌다하니

가을이 임박함을 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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