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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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나”라는 실체를 파헤쳐보자.
죽어지면 육체가 없어지니 덧없다고 한다.
마음 따라 육체가 움직이기도 하지만 육신이 마음을 지배한다.
잘 먹 잘 입고 입과 귀가 말초신경이 짜릿 짜릿하면
그래서 마음이 즐거워한다.
여기서 자유로우면 도인이다.
마음이 육신을 지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육체가 마음을 지배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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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내가 그려 놓은 나의 행적 내 못나고 어리석었던 것이 얼마나 많은가.
돌이켜도 소용없는 것인데 변명하고 합리화 하려고 한다.
나의 실체를 바로 보기란 쉽지가 않다.
무수한 생각들로 얼 켜져 있는 나를 알 수가 없다.
벗겨보면 또 다른 껍질로 싸여있고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기가 잘 안 된다.
움켜지려고 하는 것도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지 공허한 마음만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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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속의 순수한 나를 만나면 두려움도 걱정도 욕심도 분별심도 없으니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도 하지 않는다.
주변과의 맺어진 역학관계는 내게 맞추어진 것인데
팔자라면 팔자요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지나고 보면 잠시 잠간 맺어진 숙명의 인연이며 공(空)이로다.
일상의 일들은 운명이 만들어 낸 숙명이며
어리석음은 그 운명을 바꾸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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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열매는 왜 맺어 졌으며 떨어 질 거라면 맺지나 말 것이지.
괴로움은 왜 생길까 없어질 거라면 생성되지나 말 것을
모든 것은 인과의 법칙에서 일어나며
생성되고 없어지면서 공으로 돌아간다.
참는다는 것은 솔직하고 비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것이다.
내려놓고 참으면 조용하고 생각이 없다.
참는다는 것은 곧 잊는다는 것이며
잊으면 분별 심을 일으키지 않아 공(空)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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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아온 세월이 아쉽다.
뒤끝을 돌아보며 앞날을 우려하는 것은 현재를 불안하게 한다.
솔직하게 돌아보는 공의 세계가 그립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낙수 물에 큰 바위가 각기고 깍이여
수만 수억 년 뒤에는 조약돌이 된다.
그 세월 속에 나를 얻어 놓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뭔가를 남겨두고 싶어 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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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이는 것은 원래 없는 것이다
상을 맺고 있을 뿐 언젠가는 공(空)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공(空)에서 또 다른 상이 맺혀지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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