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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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도 아닌데 공원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고령사회로 가면서 노인도 많고 조기 퇴직한 중늙은이도 많다.
남의 이야기 엿듣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들려오는 것을 어찌하랴.
어느 병원에서 무슨 병 고쳤다는 이야기, 누구와 한바탕 다투었다는 이야기,
어디가면 무엇이 좋더라. 자식 며느리 친인척과의 불편한 심기 기타 등등
무슨 무용담 늘어놓듯 하소하듯 입에 거품을 물며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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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그라미 처 놓고 동전 던지기 하는 사람들,
몇푼식 거두어 찰떡 꿀떡 막걸리 사로가면서
어느 떡집 무슨 막걸리가 좋다며 광고를 하고 다닌다.
머리 휘끗휘끗한 70대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낮술에 취하셨는지
등실등실 춤을 추며 노래를 한다.
인생은 즐겁게 사는 것인데 아프지 말고 즐겁다면
저 나이에 칠불출 팔불출 이면 어떠하고 무슨 체면을 따지랴.
장기바둑이 가장 모범적인데 거기도 훈수로 시끌벅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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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몸 이끌고 재활운동 나와서 한걸음 두걸음 겨우 옮기고
뒤에서는 넘어질 까봐 휠체어를 받치고 따라 가는 보호자가
딸일까 며느리일까 젊은 부인일까 밝은 기운은 없고 우거지상이다.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칠까봐 모자 푹 눌러 쓰고 먼 곳만 바라보며
힘없이 걸으며 마지못해 따라가는 어두운 저 얼굴
그 마음 말하지 않아도 다 읽을 수 있다.
세상만사 인간세상의 풍경인데 이것이 삶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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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가을 놀이 다니는데
나는 이런 글이나 쓰고 있으니 한심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목사님이 하느님 말씀 전하려 왔다며
교회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자기는 앞이 안보였는데
하느님 믿고서 앞을 보면서 목사가 되었다고 한다.
요번에는 50대 집사님이 다가와서 그리스도를 믿어야 한다며
다른 교는 모두 이단이고 가짜라고 한다.
하느님의 직계 아들이라서 옷도 돈도 식량도 하느님이 직접 주신다고 한다.
꼬질꼬질 달은 성경책과 성경 구절을 빼곡이 적혀 있는 노트를 펼쳐놓고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열의와 성의가 참 대단하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다른 이야기를 하여
내가 알고자 하는 답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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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답은 내 마음속에 있으면서 물어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보이다가 보인다는 목사님의 말씀 모든 것을 하느님이 직접 주신다는
집사님의 말씀 믿어야 될지 말아야 할지 갈등이 생긴다.
내가 평소 부처님 말씀을 주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면
기절촉풍 할 것인데 여기까지는 모르는 것 같다.
이런 분들 만나 종교이야기 하다가 머쓱해지며 난감해 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불교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불경근처도 가보지 않았다.
역사책이나 라디오서 주워들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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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주고 간 팜플렛은 나쁜 이야기는 아니기에 다 읽어 본다
그 덕분에 그리스로 가는 4단계 설법도 안다.
교회를 가든 절에를 가든 어디를 다니든 믿음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내 삶이 확 바뀌지는 않는다.
마음도 몸과 함께 경전을 읽고 기도를 해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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