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번뇌 염주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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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품(고통)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내 소톱 밑에 박힌 가시만큼 절실할까.
병 문환 와서 면전에서는 간이라도 빼어줄듯 안타까워하지만
몇 달지나 완쾌되었을 때는 무슨 병을 앓았는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이런 겉치레 체면치레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문상 가서 미혼인 망자를 가리켜
자식의 안부를 물었다가 머쓱해진 총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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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가 어떻게 되었다는 소식 듣고 잠 못 이루다가
새벽녘에 허겁지급 달려가지만
4촌만 넘어가도 말로는 번지러르하지만
잠 쿨쿨 잘 자고 할 짓 다하고 늦게 조문 가서 온갖 궁상을 다 떤다.
눈이 아프면 세상에서 눈 아픈 고통이 제일인줄 알고,
이빨이면 이빨, 귀면 귀, 내 고통과 아픔이 최고다.
남을 이해하려면 직접 격어(당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同病相憐(동병상련)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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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가 과부사정을 홀아비가 홀아비사정을 잘 알지
무슨 과부가 홀아비 사정을 잘 안단 말인가.
인간사 108번뇌 108가지 고통이 있다고 하는데
내 모르는 것이 얼마며 내 번뇌가 많다한들 몇 가지나 해당될까.
108번뇌의 고뇌를 떠안고 무심히 걸어갈 수는 없을까.
그 고통하나라도 찾아오면 파르르 끓는 냄비 같은 근성
내 참을성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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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갈수록 여기 저기 탈나는 곳이 많은데
하나 고쳐 놓으면 또 다른 곳 터져 나오고 중고차 수리하듯 한다.
회심곡의 노래 가사 말 누가 지었는지 참 잘 만들었다.
꼭 내 이야기 우리 집 이야기 하는 것 같다.
108번뇌 염주 알만 돌린다고 뭐가 돌아가겠는가.
마음속 번뇌는 108번뇌 보다 더 복잡한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던 시절이 좋았는데
그때는 몰랐으니 한심했고 지금은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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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어라 한들 108번뇌 염주 알이 멈추겠는가.
멈추어진다면 그날로 끝장이다.
가는 번뇌 쫓지 말고 오는 번뇌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살면 된다.
고통스럽고 번뇌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표다.
멈추고 나면 아무것도 느낌도 없다
아프거나 번뇌하지 말고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몸도 단련 하고 마음도 다스리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편하게 안이하게 잔머리만 굴리면 더 큰 산이 다가 온다.
그래서 세상은 편한 것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고
고통이고 힘들지만 보람을 느낄 때는 즐겁다.
다 내 마음이고 내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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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에 잠기면 점점 우울해져 우울증이 찾아든다.
내 화두는 내가 잡고가야지 누가 잡아주겠는가.
오늘도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떠오른다.
그리고 세상사 108번뇌 염주 알도 돌아간다.
힘들고 괴로워도 108번뇌의 한 개의 염주 알(고통)일뿐이고
더 많은 염주 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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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쓰고 있는데 왠 아줌마가 다가와
예수 믿어 교회 나오라고 한다.
이글을 보았다면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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