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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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도 익숙해졌고 여름 음식에 길들어
여름체질이 무르익을 대로 익었다.
8월에는 말복도 있고 처서도 있다.
말복 지나면 덥기는 더워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매미소리도 힘이 없고 머리카락 몇 개식 빠지듯
나뭇잎 몇 개식 떨어져 길바닥에 나뒹군다.
8월하면 무게가 느껴지며 중후한 맛이 난다.
사람 나이로 치면 4-50대 중년이라고 할까
산전수전 더위추위 다 겪어본 계절이다
성질 급한 코스모스도 피어나고 무궁화 꽃도 피었다
9월이 되어야 절정인데 가을이 온다는 징후다
초등학교 다닐 때 코스모스에 붙은 벌을
고무신을 벗어 탁 낚아채어서 빙빙 돌리면
날아가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있을 때
땅바닥에 그대로 패대기를 친다.
어떤 벌은 기절하여 죽기도 하고
어떤 벌은 날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가는데
이놈 붙잡아 똥구멍 침을 뽑아 친구들 위협하다
이런 장난치다가 벌침에 쏘인 친구 있었다.
코스모스 이파리를 따서 손바닥 위에 언져
하얀 옷 입은 친구 등짝에다가 손바닥을 내리치면
분홍빛 코스모스 자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친구들끼리 서로 등짝에 자욱 남기려고 장난친다.
이런 기억 어렴풋이 날 텐데 벌써 다 잊어버렸나.
가는 더위가 그립다. 여름은 여름인데 더위가 싫지 않다.
이제 가는 저 더위 지금가면 내년에나 오려나
가는 김에 인심 한번 팍팍 쓰고 가시게나.
올해는 폭염이라는 말이 없었으니
여름 막바지에 홍수 수해 이런 말은 없기를
그런데 덥지 않아 쭉정이 가을 될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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