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과 추억

35. 고향 사랑방

초막 2010. 8. 7. 14:29

고향의 사랑방
/
옛날 전기도 텔레비도 없던 시절
라디오는 한동네 한두대 정도 있을까?
그것도 라디오 건전지 약 따를 까봐.
한두시간 정도만 켜니. 눈치가 보여
라디오들어려구 남의집 매일 갈수도 없구.
볼거리도 들을 것도 없던 그 시절
춥고 긴 겨울은 참 심심했지요. 그래서
나이 계층별로 사랑방에 모여 놀았지요
/
집이 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뭐 큰 구경거리라도 있는양
저녁 먹고서 사랑방으로 몰려들었는데.
담배를 피워 방안에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피곤하면 한쪽 구석에 쭈구려 앉아서 자다가
밤이 늦어지면 화달짝 깨어서 집에 가기도 하구.
깊이 잠들면 그대로 주무시고 아침에 가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도리 짖꾸땡이?
술.빵내기 화두를 쳐서 먹을거 사려고
둘이서 먼 가게까지 호롱불 들고
주전자 들고 가서 막걸리 담고
두부 묵 건빵 빵 과자 기타등등
김치도 좀 얻어 갖고 오지요
/
사랑방에서는 음담패설 남의 칭찬도 흉도 보면서
별이별 쓰잘데기 없는 야기를 다 하지요
그 야기가 유일한 소식 정보통이며
사랑방에 안 나가면 돌아가는 세상 물정을 몰라
귀가 어둡다고 하여 밤마다 마실을 나가던 시절인데
처자가 밤마실 다닌다하면 사달 나기도 하였지요
사랑방 야기는 다음날 입소문 타고 동네에 짝 퍼지고
장안의 화재(話材)가 되면서 소문의 진앙지였지요
/
모이면 다들 떠드는 게 아니라
입담 좋은 몇몇친구들만 떠들고
나머지는 그냥 듣고 웃는 건데
그것도 재미있기에 저녁마다 모이는데
그렇다고 다 모이는 거는 아니고
안 오는 친구들은 겨울 내내 두문불출
이런자들을 안방샘님 이라고 하였지요
그렇게 한겨울 보내고 3월말 쯤 되면
농사철로 접어들기에
사랑방 손님도 하나둘 핫바지 방귀새듯 빠지면
사랑방은 저절로 문을 닫습니다.
/
정월 보름 지나고 이맘때쯤이면
2월달 물고리? 땔나무 할 때 같은데
물고리는 나무가 물오르기 전
산에 가서 잡목을 베어 오는데
물고리?가 뭔지 아는 친구들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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