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34. 공부/

초막 2010. 6. 11. 11:17

이제는 말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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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공부는 삶의 최고화두지요.

나는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으며

만으로 치면 6살 더 정확히 말하면 생일이 음력 7월이니

태어나서 5년 반 만에 사회와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우리 집은 외딴집이여서 아이들과 접촉도 별로 없었고

큰집에 가끔 가서 누나들과 어울리는 것이 고작 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겁도 많고 굉장히 어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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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 많은 사촌누나 입학식 하는데 따라갔다가 그냥 학교를 다녔는데.

학교까지 10리가 넘어 시골길은 힘에 겨웠고

낯선 아이들이 겁나 울면서 사촌누나 옆으로만 갔으며.

이런 스트레스로 1달 만에 병이 나서

꿉어서 다음년도에 다시 다니기로 하고 학교를 포기하였는데

여름방학 때 담임선생님이 찾아오셔서 학교 나올 것을 권유하자.

1학년 2학기부터 다시 다니게 되었는데 공부는 늘 꼴찌였으며.

3학년 때 받침 없는 글자만 대충 읽고 4학년 때도 늘 뜨듬거렸지요.

그러니 산수 자연 사회 기타 등등 다른 과목도 말짱 도루묵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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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때 산수시험을 보는데 빵점을 받았으며

집에 가서 학부모 도장 찍어오라고 해 몰래 찍다가 들켜서

화가난 아버지로부터 지게작대기로 뒈지게 두들겨 맞고

책보따리는 부엌으로 들어가고 학교가지 말고 농사일 하라 했지만

엄마가 큰동네 상급학생들의 헌책을 구해 와서 계속 학교를 다녔지요.

산수 빵점 받은 나도 문제가 있지만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가르치신 선생님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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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이 되어 읍내 중학교 입시를 보는데

바로 앞 친구가 같은 반 공부 잘하는 친구였으며

자리도 구석자리 맨 뒤여서 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매시간 컨닝을 하다가

감독선생님으로부터 주의를 받으며 의심을 받았지만

운명이 걸린 큰 시험이라 무효화 하지는 않고 주의로 그쳤습니다.

그리고 매 시간 감독이 바뀌어서 들어오기에 그냥 넘어 갔습니다.

그렇게 하여 중학교를 운좋게 들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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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학교에 들어갈 정도 되면 우등상을 받든지 면장상이라도 받는데

개교 이래 중학교 진학하고 아무상도 못 받은 것은 내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여 중학교 입학은 하였으나 성적은 말이 아니였지요.

평균45점 이하면 낙제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1학기는47점 2학기는48점 겨우 낙제를 면했으며.

석차도 243명중 224등 214등 늘 항상 최하위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따라가기는 무리고 다 포기하고

특별한 과목만 하여 튀고 싶어 어렵지만 수학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 이유는 초등4년 때 산수 빵점 받은 아픈 기억도 있고

대부분 친구들이 수학은 어려워하고 싫어하기에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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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자취하는 고등학교 형들을 찾아가 물어보니

해볼 만하고 재미가 있어 수학 성적은 살살 올라갔으며.

보통반에서 1등하는 친구가 바로 내 뒤에 앉아 있었는데

그 친구는 시험때 마다 수학은 내 것 보고 다 배겼지요.

중3때 수학은 80점 이상 받았지만 다른 과목이 형편없어

진학은 힘들고 졸업성적은 수학 때문에 184등까지 올라왔습니다.

졸업 후 1학년 과정 영어책을 구입하여 단과반 학원을 다니는데

아무리 공부를 못했어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3년을 공부했는데

1학년 과정은 쉽게 이해가 가서 3달 만에 띠고 바로 3학년 과정으로 들어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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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수하여 기초를 닦아 고등학교 입시를 보는데

수학은 날개를 단듯 만점을 받았고 다른 과목도 대충 받아서

고등학교 입학은 팔자에 없는 우수반에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반에는 시골 초등학교에서 1명 들어갈까 말까하는

읍내 명문중학교 출신들이 2/3가 넘고 나머지는 여타 중학교 출신인데.

성질 괴팍한 수학선생님은 60점 이하는 5점에 1대식

시험 때 마다 엉덩이를 개 패듯 두들겨 패면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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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항시 80점 이상 받아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대부분 명문중학교 출신인 이친구들에게

초등학교 다닐 때 산골 촌놈인 내가 감히 말이나 붙일 수 있었겠나

초등학교 시절 내가 산수 빵점 받았을 때

명문 중학교 출신 이친구들은 대부분 8-90점 받고 룰랄라라 했을 텐데

나는 그때(초등시절) 뒈지도록 두들겨 맞았지만 영원한 1등은 없다

2학년 2학기면 수학 같은 과목은 다 끝내고 3학년 때는 그냥 복습만 하는데.

2학년 2학기말 시험범위 없는 총괄적인 수학시험에서는

유수한 장학생들을 제치고 98점으로 난생처음 1등도 해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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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과목도 이렇게 다 잘했으면 대학을 갔겠지만

나의 운명은 여기까지였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 각종 잔챙이 시험에서는 수학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암기과목 학교 다닐때 좀 그러하더라도 한번보고 두번보고 자주보면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것은 누구나 알게 되지요. 

하지만 수학같은 것은 기초를 모르면 밤새도록 끌로 파도 안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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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시에서 컨닝한 나나 중3때 내 수학시험만 컨닝하여

우리반에 늘 1등하던 친구나 다 같이 컨닝한 경험이 있는데

사회 나와서 그 친구는 시험마다 다 떨어졌지만

나는 그래도 잔챙이 시험은 대충 붙어서 다행이였습니다

컨닝을 하던 뭐를 하든 정도를 걸어야 하며

잔머리 잔재주는 잠시는 통해도 영원할수 없으며

더구나 인생의 영원한 1등도 있을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4학년 때 산수시험 빵점의 충격이

나의 인생을 확 바꾸어 놓았고 그때 담임선생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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