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29.목련/

초막 2010. 4. 24. 23:49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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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피어난 하얀 목련꽃

봉우리 맺고 활짝 피어날 때는

복스러운 새색시 같이 아름답고 탐스러웠다.

여느 꽃과 달리 넙다란 새하얀 잎사귀는

순박함과 넉넉함이 묻어나

세상을 다 포옹할 듯한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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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목련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얼마를 못가고 길옆으로 잎사귀를 마구 떨군다.

떨어진 잎사귀는 곧 갈색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무심코 밟고 지나간다.

밟힌 자리는 찐득 찐득 축축 찢어졌다.

검어 티티한 넙다란 갈색 잎이 더 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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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끊기면 무엇이든 저렇게 갈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보기도 그렇게 썩 좋지 않다.

퇴비도 숙성되면 갈색 고물도 녹슬면 갈색

아름다움도 아쉬움도 지나가면 갈색 추억이 된다.

모두가 마지막엔 갈색으로 가나보다.

갈색추억은 그래서 슬픔과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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