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27. 추억

초막 2010. 3. 18. 13:18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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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지나온 세월 돌이켜 보며 생각에 잠겨 본다
어린 시절 기억들은 세월가면 갈수록 잊혀지지 않고
더욱 생생하게 또렸이 떠 오른다

고향 친구들의 얼굴은 물론이거니와

그때 동네 이름 불러보면

큼마,창전마,송진마,구암마,거북지,주막글,초막
언제 들어도 낯설지 않은 정겨운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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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람들의 투박한 사투리로 부르던 토속적인 이름
갈밭골 딱밭골 산막 불땅 시접마 산모리 범밭들 새터

수구매기 당짓꺼 물방골 비록우 마당바위 등등.....
기록도 유래도 없이입으로 입으로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누가 권유하거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고향사람들이부르는 친근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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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억 속에 잠길 때면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만
삶이란 녹화가 안 되는 법 생방송이란다
그래서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 과거가 되었다.
어떻게 살아왔건아름다운 기억도 쌓아 놓았고
후회 서러운 일 아쉬운 일도 남겨 두었는데
이제는 지난날이 그리워지는 추억이 되었다.
/
초등학교시절 중년의 어른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청년들의 얼굴에도 삶의 골 깊게 파이고
당시 노인들은추수한 들녘처럼 싹쓸이 저 세상으로 가고
언덕배기 밭둑가 산기슭엔왠 낯선 봉우리가 생겨났다
그리고인구가 매년 줄어들어 초라해져 가는 모교

분교마져 살아지면 우리들의 학적부는 어디로 가는가.

/

지난날 우리 친구들이 뛰어놀던

논틀 밭틀이우리의 놀이터고

우리가 영원한 주인 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주인공이 수없이 바뀌어
우리들의 흔적은찾아 볼 수가 없다

/

지금 돌아보니 그때 뛰어 놀던 고향산천은

우리가잠시빌려서 머물다간 자리였고

우리는 주인이 아니라 지나가는손님()이였다
앞으로 주인도 손님도 수없이 바뀔텐데
그들도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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