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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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벗어나 산기슭 공원을 지나 등산길로 들어섰다.
생태공원도 등산로도 편익시설도 잘 다듬어져 있다.
일요일이라 인산인해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디 한적한곳에 앉아서 사색에 잠겨 세상풍경 쓰고 싶은데
그렇게 청승맞게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다 처다 볼 것 같고
마침 테니스장 옆 한쪽구석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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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와 주변 벤취에는 사람들이 없다.
복잡한 세상이지만 내가 쉬어 갈 곳도 있다.
그렇게 앉아서 뭔가를 내키는 대로 몇 자 끌쩍이고
돌아오길 북적이는 지하철 안 피곤도 하고
차안 산소가 부족한지 비몽사몽 잠이 밀려와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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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니 별이 별 생각이 다 든다.
사색하고 참선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전철 안은 사람백화점 같으며 시선을 끄는 것이 많다.
엉덩이가 곧 내려올 것 같은 아슬아슬한 초미니 스커트
허연 허벅지 들어내어 사람들의 눈요기 시선이 따가운지
짧은치마를 자꾸 아래로 끌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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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는 불편해 하고 보는이도 민망스럽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신사가 기지게를 켜며
앉아서 머리 위 짐받이에 매달려 운동을 한다.
어떤 아줌씨는 버지기만한 엉덩이를 비비고 들어앉아
티룩 티룩한 목덜미를 뒤로 제치고 코를 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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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기가 앙증맞게 과자를 먹으며
뛰어다니다가 과자 부스럭이 바닥에 구른다.
모두가 안방인줄 알고 착각한 것 같다.
두 눈 감고 앉자있는 신사숙녀의 신발
삐까번쩍 광택이 나는 구두 유멍 메이크 운동화
디자인도 색상도 질도 천태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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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년대 검정고무신 한 컬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고
옷이며 양발이며 꿰 메고 덮 붙여 입었는데
지금은 꿰 메고 낡은 옷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세상풍속도가 이렇게 바뀌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