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
맑고 높은 푸른 쪽빛 하늘이 한없이 우러러 보인다.
두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은 숨바꼭질 하듯
이리 저리 흝으졌다 모였다한다.
그 사이로 간간이 내리 쬐는 따가운 햇볕
가는 여름의 심술인가 다가오는 가을의 시샘인가.
땡양지를 한참 걸으니 진땀이 삐즉 삐즉 난다.
그늘로 들어서니 설렁설렁한 바람에 금방 마른다.
피곤한지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하품이 난다
하품하니 눈물도 따라서 찔끔 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창공 영락없는 가을 하늘이구나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게으른 사람 잠자기 딱 좋다.
이래서 가을은 천고마비 살찐다.
부지런한 사람은 더욱 바쁜 가을이며 할 일 많은 계절이다.
검푸른 산과 들녘 이제 그 빛깔도 서서히 누런 황금빛을 띤다.
더위도 멀리 가고 기세등등한 검푸름도 힘을 잃어 가는구나.
아 정말 날씨 좋다
햇볕에 땀이 찔끔찔끔 나다가도 그늘로 들어서면 시원하다
나뭇잎이 누러스럼한것을 것을 보니 가을이 오긴 오나보다.
조금 있으면 누런빛 버리고 울긋불긋 물들겠지.
잘 익어가는 술 냄새 같은 가을 향기가 풍겨 난다.
잘 익어 맑게 겐 누러스럼한 동동주 한 사발 들이키면
오장육부가 짜릿해 지면서 얼굴이 벌긋케 달아오른다.
아! 옛날이여 그 맛은 아는 사람만이 안다.
그때 그 시절 동동주 먹던 생각만 하여도 취기가 오르고 취한다.
그리고 가을 하늘에 또 취한다.
여름날 잔디광장의 검푸름의 기세는 어디가고 누렇게 변해가나
왱하는 예취기(풀 깍는 기계)가 깔끔하게 단장해 주었는데
그때 피어오른 향긋한 풀내음이 그립다.
풀내음 향기에 취하고 동동주 향수에 취하여
푸른 창공에 내 마음 두둥실 떠 있다.
하얀 백 바지 입고 살랑거리는
아줌마 엉덩이가 유난히 상큼해 보인다.
마치 처녀 엉덩이 같다 가면서 지난추억을 그리워하겠지.
그래도 아줌마는 아줌마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거리 사람들의 발걸음도 시원시원 가벼워 보인다.
오늘날만 같은 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은 역시 좋은 계절 그 더운 여름날 너를 얼마 기다렸나.
그런데 이 시간에도 슬픈 일로 눈물짓는 사람이 있으니
세상이 원망스럽고 하늘이 무심하구나.
이 좋은 시절 이 좋은 계절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흰 구름 두둥실 떠 있는 푸른 창공이 한 없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