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
자연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뒷모습은 처참하다.
여름 내내 울창하던 나뭇가지가 겪겨진 것
비스듬히 누운 것 뿌리를 들어낸 것
그리고 주변은 온통 잎사귀와 잔가지로 늘부르졌다.
/
한적한 도심의 거리는 한 순간에 쑥대밭이 되었다.
평상시 보기에는 멀쩡한 가로수였는데
어느 것이 부실하고 병들었는지 다 드러났다
무성하게 자라 가지 많은 것은 여지없이 부러졌고
공간을 확보하고 꼬장꼬장 자란 것은
공든 탑이 무너지랴 꼿꼿하게 서있다
/
가지(자식)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고
뿌리 깊은 나무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부러지고 넘어지면 토막토막 잘려서
여지없이 폐기처분장으로 실려 나간다.
비스듬 나무는 지주목으로 버텨주지만 앞날은 불안하다.
마치 전쟁터 종합병원을 연상시킨다.
/
날씨는 언제 그렸냐는 식으로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
산자는 어떻게든 산다고 남은 나무는 생기를 더하며
누르스름한 빛을 띠며 가을채비를 한다.
세상사 살아가는 이치가 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의 삶도 아프지 말고 이런 사고 당하지 말고
석양빛 물들 때 단풍으로 곱게 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