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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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하순에 내리는 차디찬 봄비
눈발이 날리기도 하고 광풍이 몰아치기도 한다
싸늘한 날씨 세찬 비바람에 흐드러지게 핀 꽃잎이
우수수 맥없이 떨어져 마구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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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잎사귀가 제법 컸다.
햇병아리같이 연약하지만 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피어난다.
우후죽순 같은 기세는 곧 울창해져 숲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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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바닥은 잔가지며 꽃잎이며
나무의 각종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뒹굴고
굴곡진 낮은 곳은 빗물이 흥건하게 괘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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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원통하게 산화한 서러운 영혼의 눈물인가.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는 가로수 잎에 모아져
굵은 물방울이 슬픈 눈물처럼 뚝 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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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에 우산 가누기도 버겁고 바지가랑이도 축축이 젖어든다.
하수구통 물 흘러내리는 소리 요란하고
베란다 난간대에 하얀 은구슬 같은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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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제법 촉촉이 내리는
2010년 4월 28일 수요일은 국가(민) 애도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