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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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푸른 대지는 열기로 후끈거린다.
그래도 나무 그늘아래 개미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농부들은 농작물 돌보느라 구슬땀을 흘리는데.
베짱이와 나는 그늘에서 땡자땡자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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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냉난방이 잘 되어 계절이 가는지 오는지 모르고
제철이 아닌 과일도 매장에는 수북이 쌓여 있다.
8월로 들어서면 여름은 절정을 이루며 풋사과이 선을 보인다.
어렸을 적 보리쌀 한 되박 들고 가서 사과와 바꾸어 먹던 기억
새콤한 사과 많이 먹으면 이빨도 시리고 속도 쓰리다.
바꾸어 온 한 바구니 사과는 이틀이면 거들이 난다.
엄마는 그 보리쌀이라면 우리식구가 이틀을 먹고도 남는데
아껴먹지 않고 그 단새 다 먹었냐며 야단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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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기 소낙비라도 내리면 여름날 시원함의 묘미를 느낀다.
불청객 모기가 욍욍거리면 삼베이불 덮어 쓰고 잠을 청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자연을 통하여 사물의 이치을 깨우쳤지만
지금 아이들은 책을 통하여 깨우친다.
복잡한 머리. 공해, 스트레스가 겹쳐 머리칼도 빨리 쇠고 빠진다.
앞으로 이런 대머리 중늙은이가 늘어날 것이다.
요즘은 더운 날씨만큼이나 세상도 덥고 몸도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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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좋은 일 하며 싶고 나쁜 짓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이 못 미치면 어리석은 자가 되고 만다.
살아있는 자도 이런데 떠나간 사람의 애린 마음은 어떠할까.
시련을 겪고 나서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한데 욕심은 그 마음을 가만두지 않는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하는 자는 산다.
이런 정의도 꼼수가 묘수를 부려 더 어렵게 만든다.
고행을 낙으로 삼으며 산다는 말도 안 되는 화두를 잡고
고집과 오기가 아닌 참회와 인내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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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체조도 아니고 벌건 대낮에 뛰고 달리며
이상한 행동으로 난리굿을 벌리는 사람들
옛 어른들이 보면 더위 먹어서 실성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공원에 가면 이런 풍경은 보통이고
가로등불 아래서 체조하며 야릇한 포즈로 눈길 끄는 사람들
꼴불견이지만 요즘은 뭐든지 틔어야 산다.
야구의 천재도 축구의 달인도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들의 손발은 손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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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경쟁시대 그 정점은 어디며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기록은 깨어지라고 있는 것이고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그 곳은 정상이 아니다.
뒤 따라오는 자는 그 정상을 타고 더 높이 올라간다.
그러니 항상 겸손하고 숙이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정상을 넘어 갈 때 목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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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생각도 언젠가는 구세대가 되는데
세상 탓하고 남 탓해봐야
한물간 구세대의 푸념이고 잔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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