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7. 찌푸린 가을하늘/

초막 2013. 9. 21. 23:50

찌푸린 가을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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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하드니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우둑우둑 마구 떨어진다.

뛰어 가기도 난감하고

어디한곳 피할 곳도 없는

소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황당한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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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게 비 같지 않은 비를 청승맞게 맞으며

우거진 나무 밑으로 잠시 피했다.

옷이 많이 젖은 것은 아니지만

습기가 찬 우중충한 모습에 끌적찌근한 감촉

기분도 상쾌하지 않고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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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예측하지 못한 이런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하나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역성들면 못산다.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따라 떠나간 자들도 많은데

살만큼 살아서 그럴까

별 희망과 즐거움이 없어서 그럴까

때로는 그들이 편안해 보인다.

/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몸이 움직이지만

곧 마음이 움직여야 사는 것이다.

그 마음이 지 마음대로 촐랑거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별것이 되고

별것인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아니다.

좀 그렇고 그러하더라도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다.

/

나이 들어 갈수록 말이 많아진다.

그만큼 생각도 불만도 많다는 것이다.

그것을 잘 다스리고 잠재울 수 있어야

쓸쓸한 노년이 안 된다.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닌데

세상 세파에 시달려서 조숙했나보다.

/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은 어디가고

나지막하게 내려않은 잔뜩 찌푸린

괴섬추레한 잿빛 하늘이 영 보기가 싫다.

조금 지나니 구름 사이로 햇볕이 살짝 들어나는데

영락없는 가을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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