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

35.궁상/

초막 2012. 6. 2. 16:08

 

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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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궁상맞게 보면 궁상맞은 것이고

싫으면 싫은 것이며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다.

내가 느끼는 것 보다 더 할 수도, 덜 할 수도 있다.

불편함 괴로움 즐거움 만족 기타 등등.

어찌 내가 세상이 느끼는 것과 일치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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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정을 두고 덜 한척 더 한척 줄다리기를 한다.

사랑은 줄 당기기라고 했던가.

사랑만 그러할까. 세상은 다 그러하다.

세상 줄다리기에서 당당하고 끌려가지 않으려면

힘이 있고 용기가 있고 솔직해야 한다.

/

어딘가 불편하고 그늘진 곳이 있으면

움 추려 들고 소극적이고 나를 변명하려고 한다.

눈물 나는 일인데 눈물 나지 않으면

어딘가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떠오르고 괴로워진다.

좀 더 당당해 지자 그렇다고 더 깎길 것도 내려 갈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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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아픔을 느끼고 슬프면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 못할 때는 더 외롭고 참담해 진다.

이 또한 느껴본 자만의 깨달음인데.

현명한자는 당하기전에 깨닫고

어리석은 자는 당하고 나서 깨닫는다.

더 어리석은 자는 결론이 뻔 한데

변명하고 합리화 하려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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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로부터 느껴오는 시선이 있고

마음으로부터 느껴오는 감이 있는데

어떤 위치에서든 그 품격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품격 떨어져 한심스럽고 궁상맞아 보인다.

잘 꾸미려고 덧 칠 하고 덧씌우다 보면

나의 보체는 어디가고 허영과 껍데기만 남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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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한심스럽고 눈물이 나지만

운다고 될 일도 아니고 타고난 운명이라면 모질게 살아야 된다.

이열치열 이열치한이라고 했던가.

덥지만 시원함을 느끼고 추운가운데서도 온기를 느낄 때가 있다.

세상의 아픔은 많은데 내 아픔만 알았지

남의 사정은 헤아리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 내 궁상만 떨고 있지 않는지 나를 되돌아본다.

/

사물을 볼 수 없으면 답답한데 자신을 보지 못하면 더 답답하다.

그런데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자신을 알면서도

잘 보지 않았기에 답답하게 살아온 것 아니겠는가.

여태까지 궁상 떤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이런 궁상도 이제는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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