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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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봄바람이 싸늘했는데
오늘은 따스한 햇볕에 훈훈하다.
그래도 응달진 곳은 귓전을 스쳐가는 공기가 싸하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어 하는데
봄 향기가 불어와 쑤석거려 싹도 틔우고 꽃도 피우 네
그러니 봄기운에 흔들리지 않고 어찌 할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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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수시로 흔들거리며
쓰 잘 데기 없는 생각으로 몰아간다.
그러면 몸이라도 가벼우면 좋으련만
봄날의 나른한 몸은 따라서 같이 보챈다.
여기는 무주룩 저기는 찌뿌디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이때는 정신 번쩍 나게 하는 게 최고, 뭐 그런 것이 없을까
그것은 내 마음 어리석은 나를 달래며
정도대로 살아가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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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이 별다르며 도인이 따로 있나.
그렇게 참고 참고 기다리다보면
정도의 길 접어들어 한세상 지나간다.
그 동안 비탈진 곳 엉뚱한 길도 많이 걸어 왔는데
그 업보가 내 팔자 내 업장 되었다.
내 업보 내 업장 내가 갚아야하고
그 길이 어떤지 이제야 조금은 알듯하다.
안다고 하는 자체가 아직 겸손하지 못하고 건방진 마음
고행 속에 진정한 희열을 느낄 때까지
열심히 다지고 다지고 또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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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 도리를 생각하며 순리대로 살자.
괴로움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라.
참고 견디며 이겨내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의 즐거움은 괴로운 언덕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나를 바라보며 나의 일기를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