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돕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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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나 바둑으로 내기를 하거나 실력을 겨루어 보는데
장기나 바둑은 사전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된다.
똑 같은 조건에서 출발한다면
실력의 우열에 따라 전승 전패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차포를 떼거나 몇 집 더 깔고 시작한다.
그러면 불평등한 게임이지만
역설적으로 대등한 게임을 위해서다.
월드컵에서 잘한다고 선수 한명을 빼거나
못 한다고 선수 한명을 더한다면
승패가 재미도 없고 공정 게임이 아니다.
고스톱은 운동경기 같기도 하고
쪼카가 있어 장기 바둑 같기도 하다.
고스돕은 시작할 때 패가 잘 들고 못 들고에 따라
처음부터 승패가 예측되나
예측은 예측일 뿐 빗나갈 때가 많아 잼난다.
장기나 바둑처럼 출발이 대등한 관계는 아니다.
역설적으로 불평정관계가 더 잼나고
그것은 운칠기삼 조건은 같으니 평등하다.
장기나 바둑보다는 고스돕이 그래서 더 잼난다.
고스돕 치다보면 위기도 오고 기회도 온다.
어떻게 다룰(칠) 건가는 세상살이와 다를 바 없다.
9단쯤 되면 기술로 잔머리로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하고
심리작전으로 분위기륽 맑았다 흐렸다 하다가
빈털터리 아쉬움만 남기고 일어선다. 그래도 잼난다.
삶도 속고 떼이고 벌기도 나누기도 하다가 빈손으로 간다.
그 순리대로 가야 인심도 나고 마음이 편하다.
살아가는데 앞날을 모르는 것처럼
고스톱도 누가 잘 들고 못 들고는 아무도 모른다.
잘 치는 사람도 패가 개떡이면 죽을 쓴다.
그렇다고 패가 좋다고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고스톱을 운칠기삼 이라고 하는데
삶도 서로 비교하며 설이 많지만 운칠기삼이다.
권불십년이라고 고스돕판 내리 10판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잘 쳐도 10판이면 2-3판은 걸려든다.
잘 친다는 것은 패가 나쁠 때 점수를 적게 주는 것이고
미련하게 오기로 끝까지 이기려고 하다간 대패를 본다.
고스돕 막판도 인생 막판도 모두 아쉽고 허무하다.
자식과 장기나 바둑 두기보다는
고스돕을 치면 성격도 알 수 있고 속마음도 읽을 수 있다.
고스돕 속에 인생자체가 들어있으니 최고의 가르침이다.
세상에서 마음대로 안 되는게 자식 고스돕 야구다
놀음판 끝나고 잃고 따고 계산은 부자지간에도 맞지 않으며
고스돕 치고 나면 잃은 사람뿐인데 이것이 정상이다.
계산하면 바보고 따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참말이면 문제가 있다.
술판에서는 음담패설 요상한 말도 곧 잘하며 활기찬데
고스돕 패만 잡으면 침묵속의 조용한 친구가 있는데
집착하고 여유가 없어 긴장해서 그렇다.
마음을 비우고 치면 고스돕판이 신선놀음으로 보이며
뼈있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웃기며 말도 청산유수 이런 친구가 있다.
그러나 집착하여 긴장하면 백지장처럼 앞이 하얗게 보여
실수를 연발하며 엉뚱하게 치니 꼴 박을 수밖에 없다.
학교 다닐 때 빵점 맞을 때 기분은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며 고스돕판에서는 화투장은 네모요 방석은 하얗다.
그러나 학교 때 성적과 고스돕판 성적은 전혀 관계가 없다.
이런 운칠기삼의 고스돕판, 운이 아니다 싶으면
물러나 훈수 두고 관전하며 즐기는 게 신상에 좋다.
자존심 세워 끝까지 처 봐야 돈 잃고 몸 축나고 마음만 상한다.
집에 있을 때 마누라지 밖에 나가면 남의 여자라 생각해야 맘이 편하다
친구다 동창이다 뭐다하며 외간 남자와 손잡고 흔드는 거 보고
집착하면 온갖 그림이 다그려져 의처증 생긴다.
그리고 내 몸도 내가 아니라 내 것일 뿐인데
고스돕판 내 지갑은 패잡기 전에는 내 것이지만
패 돌아가면 내 것이 아니다.
세상살이 이렇게 마음을 비워야 편안하다.
어찌 보면 쉬운 것 같은데 참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 세상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고 마음이고 고스돕이다.
마음을 비우고 개혁을 하려면 마누라 외에는 다 바꾸라고 했지만
그 반대로 마누라부터 바꾸어 개혁을 하려는 자도 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자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다.
그래서 한때는 이혼율이 40%를 넘어가기도 하였는데
요지경 같은 세상 나를 잘 다스려야 한다
절, 교회, 성당같은 성전이 아니더라도
세상만물의 이치가 고스돕 속에 다 들어 있으니
고스돕은 나를 다스리는 인생수련의 신성한 도장이다.
고스톱 치며 많이 배우고 느낀다.
잘치고 못치고 실력 차는 존재하지만
운칠기삼 운 앞에는 방법이 없고
희비가 교차해도 표티내면 안 된다.
고를 몇 번? 흔들었는지? 박인지?
흥분하면 이런 기본적인 것도 순간 깜박한다.
잘못 돌리기, 뒷장(재침)까보기, 낙장, 계산착오,
헛말, 규칙위반, 기타 등등 잦은 실수를 하여
논쟁이 벌어지지만 우리끼리기에 대충 넘어간다.
상황에 따라 우기기도 물러서기도 인정하기도
조급함 느긋함 집착 정서불안 새가슴 만용 객기 오기
온갖 것들이 다 보인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 스돕? 판단력 결단력 용기 배짱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 중간에 접는 지혜도 필요하다.
고수가 되려면 남의 눈치도 잘 살피고
내 표정관리 연기도 잘 해야 한다.
패 잡으면 적은 둘이고 아군은 나 혼자지만
영원한 적은 만들지 말고 적은 판마다 바뀌니
풀고 쫄때는 확실히 하고, 잘못 치면
돈 나가고 욕먹고 국 쏟고 뭐 딘다.
설사(뻑)에 울다가 아베(새끼쳐) 들어오면
새옹지마의 교훈도 깨닫는다.
다음 판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며
뒤집고 뒤집히며 희로애락은 마구 교차하고
언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초조 긴장 몰입하니
잡념은 아예 끼어들 틈이 없다.
고스톱 9단쯤 되면 이런 경지를 벗어나
모든 것을 초월하여 분위기를 즐긴다.
그런데 안 될 때는 3점이 그리우며
쳤다하면 까지니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1진과 2진으로 나누었는데
노름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심각하게 치는데
싱거번잡담 웃겨가며 잠시를 가만 안 있고
술까지 한잔 걸치니 정신이 몽롱하다.
친구들과 많이 궁시렁 거리지만 가시는 없다
고스돕도 순리와 정도로 가야하며
객기와 만용은 금물이며
인간성을 다듬는 최고의 수양도량이다.
그냥 즐기며 기분 좋으면 최고다.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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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은 도박의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고 빠지면 마약 같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고 놀이이고 그만큼 잼 있다.
돈이 오고가기에 좀 그런 점도 있으나
궤변 같지만 심오한 철학도 들어있다.
정신집중하고 마음 다스리는 데는 최고다
흔들고 쓰리고 피박 광박 리미트 정상에 오르면
백두산 정상에 오른 기분이다
반대로 그렇게 치이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정상을 넘나 들 때면 자불고 딴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보다 더 정신 집중시키는 명강의
철학 법문 설교 훌륭한 선생님이나 명의는 없다.
문제는 내안의 나, 나를 잘 다스려야 한다.
넘어갈 때 넘어가고, 짚을 때 짚고, 일어설 때 일어서며,
평정심을 잘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잘 되든가.
말은 않지만 저마다 생각은 천차만별인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즐기는 친구도 있고 스트레스 받는 친구도 있다.
초단이야 어쩔 수 없지만 9단쯤 되면 초월해야 한다.
삶의 정답이 없듯이 대처하는 방법의 정답은 없고
그 동안 수없이 처 왔고 이론은 카톡에서 다 까 발렸는데
비밀은 없고 여기도 운칠기삼만 있을 뿐이다.
1진은 틈만 나면 주저 없이 달려들어 판이 벌어지지만
2진은 판을 깔아놓고 전을 펼쳐도 미적미적 안칠듯하면서
몇 번 권하면 마지못해 치는 것 같다
그러나 발동이 걸리면 할 말 다하고 즐긴다.
새되고 금송아지 들이 매는 것은 1진과 2진 같고
고리는 1진의 체면 자존심 세워주려고 더 떼게 하는 거지
2진이 돈이 없어 그런 것은 아니다.
1진과 2진의 경계의 벽이 무너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치면서 즐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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