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

89. 삭이다/

초막 2014. 10. 15. 14:25

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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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고 많이 가지면 좋으련만

때로는 그것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화를 자초한다.

그래서 천 부석은 천 가지 만 부석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

그래도 많이 알고 많이 가지면 살기가 편리하고 좋지만

그런 것만큼 마음 씀씀이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아는 것도 무조건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흉허물이 되는 것은 가까이 하지 말며

심성을 바로 잡고 영혼을 맑게 하는데 심력을 기울려야지요.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면 고통과 괴로움이 따르고 모르는 것만 못하고

때로는 무식함이 편안함의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알아서 괴로운 것 보다 더 괴로운 것은 없으며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어버리고 덮어버릴 것은 덮고

뚝뚝 털어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지요.

머리로는 이렇게 따라 가는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멍청하고 어리석으면 알아야 할 때 알지 못하고

덮어야 할 때 더 케려고 하지요.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도 때가 있고 여건에 부합해야 합니다.

지난날 돌아보아 들어내고 싶은 것도 감추고 싶은 것도 있는데

아름다운 추억이 많이 떠오르면 행복이지만

우울하고 지우고 싶은 것이 많으면 불행입니다.

그러지 말아야 했었는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어 담을 수 없지요.

그런 실수를 반복한다면 지 버릇 개 못준다고 끝은 없다.

그렇게 평생을 눈물로 살아가야할 기구한 운명이라면

이 얼마나 이리석고 한심 하며 무슨 핑계로 위안을 삼으려 하는가.

염치도 야침도 있는데 어느 것이든 안다면 꾹 참고 살아가라.

그게 업보 업장 녹이는 것이다.

그렇게 애 끓이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데 따지지 않는 것이다.

그냥 그대로 묵묵히 가는 것인데

화나고 속상하고 미워도 내안에서 내가 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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