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40. 긴병에 효자 없다./

초막 2014. 3. 8. 13:15

긴병에 효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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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대학.종합병원 병동에 가면 환자들로 넘쳐난다.

신입 환자들도 있고 여러 번 재입원한 환자도 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전국에서 모여 들기에 천태만상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환자도 환자이지만 보호자가 더 안쓰러워 보일 때가 있는데

보호자를 보면 환자와의 관계가 대충 짐작이 된다.

처음 입원하는 환자의 보호자는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주변 시선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연신 눈물만 찔끔 거린다.

수술을 받고 며칠이 지나서야 안정을 찾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병에 대한 이야기 등 신상을 털어 놓는다.

병이 재발하여 2번째 오는 환자의 보호자는 짜증스럽다.

여러 번 입원하는 환자의 보호자는 만성이 되어 느긋하다.

환자가 괴로워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운명에 맡기는 것 같다.

그리고 평상시 환자와 관계도 짐작이 되는데

금술이 좋은 부부는 식음을 전패하고 안쓰러워 연신 환자를 쓰다듬으며

식사 때는 맛 나는 거 챙겨 주며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한다.

사이가 좋지 않으면 짜증스런 말투로 불편한 환자를 다그치며

환자 식사 시간에는 옆에서 화장하며 옷맵시 다듬으며

전화로 호호하며 다 웃으며 환자가 밥을 먹든 안 먹든 관심이 없다

면회객도 표정을 보면 환자와의 관계가 짐작된다.

형제자매나 부모 자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리다가 말없이 돌아간다.

4촌 팔촌 먼 친척 벌 되는 사람들은 좋은 덕담 건네지만

무덤덤한 표정의 가벼운 발걸음이다.

이모 고모 삼촌은 온갖 잔소리 늘어놓으며 주문이 많다.

재활 운동하려 가는 환자 부축 장면에서도 관계를 안다

휠체어 밀고 가는 착한 아들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평소 소원한 사위는 무덤덤하고 지겨운 표정이다

잔소리만 들은 며느리는 벌레 씹은 얼굴로 먼 산만 처다 보고 가다가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치기도 하고

착한 딸은 옷맵시 만져주며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꼼꼼히 챙겨본다.

평상시 금술이 좋은 부부는 착한 딸처럼 하지만

불편한 관계는 못 땐 며느리처럼 한다.

그러니 평상시 몸 관리 잘하여 내 몸은 내가 돌보아야 한다.

긴병에 효자 없으며 아프면 서럽다.

아픈 거 보다 더 서러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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