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

55. “척”/

초막 2013. 3. 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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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수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남겨진 잔해 물들이 쌓여서 경험이고 연륜이고 지식이 된다.

다 걸러지고 아무것도 없으면 無我(무아).

그 경지로 들어가면 나의 실체 본심을 볼 수 있다

즉 아무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인데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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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온갖 것들로 덮어져 있어

실제 내 모습이 아닌지 모른다.

때로는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하고

울고 싶지 않았는데 우는척하며 슬퍼하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척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인지도 모른다.

해야 할 때는 그렇게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때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

이를 혼돈하여 뒤죽박죽이 되면 칠푼이 팔푼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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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게 살아가려면 이처럼 을 잘 다스려야 한다.

허황된 욕심 허영 껍데기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하는 데서 갈등과 불만이 생기고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것이다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으면서 벗기고, 벗기고 또 벗겨보면

실체와 본심이 들어나며 이런 길로 가는 과정이 수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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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我(무아)의 경지로 들어가면 말수가 적어진다.

세상일 부정하는 것도 긍정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내 기준 내 판단의 다 마음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느 한쪽으로 결론 내린다면

그것은 내 아집의 모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엇을 더 따지고 알려고 하는가.

 

그동안 한두 사람 만나 본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살은 세상도 아닌데

그냥 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

찌든 때 말끔히 제거하려면 부비고 처대고

맑은 물에 여러 번 헹구어야 하듯이

한 번의 교육이나 좋은 글귀하나로 생각이 확 바뀌고

한 번의 체력 단련으로 신체가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빨래하는 것처럼 일정기간의 수련이 필요하며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수련은 몸과 마음을 함께 닦아야 한다.

깨끗한 옷도 입기만 하고 오래도록 방치하면 곧 더러워진다.

그래서 수시로 빨아 다려주어야 청결함과 맵시를 유지할 수 있다

/

몸과 마음의 갈고 닦는 수련은 평생 지속 되어야 한다.

쓰기만 하고 관리를 게을리 하면 찌든 때가 끼어든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하는 것 인데

참선은 깊은 산중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면서도 한다고 수련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 “

하는 것이 안 좋은 것을 알지만

해야 할 때가 너무 많다.

을 구분하여 처신을 잘 해야 한다.

/

도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꼼수에 묶이지 않고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와 양심이며 본심인데

에 흔들려 불안한 존재로 살아 왔기에

거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으려고 수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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