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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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사이고 내 마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삶은 곧 고행이요 일상은 수행이여야한다고 하지 않던가.
잘 풀리고 좋을 때는 업장 업보 팔자 운명 이런 말들을 떠 올리지 않는다.
불행하여 나와 연관 지어 풀어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나의 것은 풀지 못하면서 남의 것을 풀려는 것은 한심하며
그것을 나에게 유리하게 맞추려는 것은 더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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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억매여 탓하며 변명하고 피해가려는 끌 턱을 찾으려고 한다.
그 끌 턱에 걸려 벗어나지 못하고 허무하게 주저앉기도 한다.
백년도 못사는 인생 무엇을 남기려고 하는가.
어차피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이 한 몸 아껴서 편하면 얼마나 편하며 그 효험이 얼마를 가겠는가.
그런 줄 알면서 무엇이 두렵고 불안한가.
그것은 바로 내 마음 아니겠는가.
그래서 살다보면 편한 것이 편하지 않을 때도 있고
힘들지만 편안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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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마음
그 알량한 마음과 육신을 좀 더 편안케 하고 져 세상은 요동친다.
나도 그 무리들 속에서 발부둥치고 있지 않는가.
참는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우며 참는 것의 끝은 없다.
누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참음이 아니다.
참기 어려운 것을 참는 것이 진정한 참음이다.
그래서 삶은 고행이며 일상은 수행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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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땀방울과 참회의 눈물은 순수하며 삶을 이야기 한다.
참회하고 돌이켜 본다고 사면되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며
아픔의 상처를 승화시켜 자아의 본성을 찾아야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마음은 주변 환경에 따라 항상 깜빡거리며 나풀거린다.
그러다가 꺼지면 사방은 캄캄하고 조용하다.
위태위태한 그 마음 다 태우고 나면
형체도 냄새도 맛도 없는 무균의 잿빛 더미로 남는다.
움켜지면 가루가 되어 그 형체마저 없다.
그 무아의 경지에서 나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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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도 괴로워도 내 마음의 생각이거늘
무엇을 더 따지고 알려고 하는가.
과거는 과거 현재나 미래가 될 수 없으며
추억은 추억일 뿐 현실은 아니다.
때로는 착각 속에서 현실을 망각하기도 한다.
아쉽고 서운한 것은 내 마음인데
정말 다 비우고 다 내려놓아 보았는가.
겉으로 말로 머리로만 그렇지 감사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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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어떻게 살아 왔건
지금 살아 있다면 세상은 살만하고 복 받은 인생이다.
숨겨져 있는 나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내세워 돋보이려고 하고 더 가지려고 한다.
세상이 비록 그러할 지언 정 나는 그러하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더 추잡하고 더 하니 괴로운 것이다.
삶의 정답은 없다 내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