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복통

43. 샤워/

초막 2010. 7. 14. 13:00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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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방충망만 닫아 놓고

창문은 모두 활짝 열어 놓고 생활하지요

우리 아파트단지 구조는 동향과 남형이 겹치면서

옆 동과의 베란다 직선거리가 20미터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베란다에서 보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옆 동의 거실 베란다 안방까지 다 들여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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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족들이 모두 외출을 나가고 혼자 집을 보고 있자니

날도 덥고 따분하여 한낮에 욕실 문 열어 놓고 샤워를 하면서

거시기도 엉덩이도 만져가며 몸 구석구석을 씻고 나왔다.

큰방에서 물기를 닦으며 혹시나 하고 밖을 내다보다가

옆 동 베란다에 나와 있는 아줌마와 눈길이 마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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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던 차에 아줌마가 씩 웃는 모습을 보고서

순간 화가 치밀어 내가 알몸으로 있는 것도 잊은 체

밖을 내다보며 큰소리로 아줌마!! 지금 뭐 하는거요!! 했다.

아줌마는 얼른 들어갔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파트쪽을 쳐다본다.

나도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숨겼는데

사람들은 날이 더우니 왠 미친놈이 소리를 지르냐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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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으로 쫓아가서 따질 수도 없고 열 받아 죽는줄 알았다.

혹시 샤워하는 모습 다 지켜보았다면 내 얼굴을 기억할까??

그러면 길기다가 마주치면 속으로 얼마나 킥킥거릴까

그러나 내 물건 좋다고 어디가서 발설은 못할 것이다

그러다간 몰래 훔쳐본 변태자로 낙인찍힐 것이니까

이에는 이라고 그 아줌마도 홀라당 벗고 샤워하면 되는데

그러면 서로 볼것 봐서니 피장파장 내마음도 누그러질것 같다.

나의 실수를 봐서니 반대로 문 잠그고 샤워를 할 것 같다.

격자로 된 단지는 옆동과 가까워 집안이 훤하게 보인다.

밤일하는 것이 안보여서 천만 다행이지만

그래서 변태자는 망원경으로 들여다 본다고 한다

아파트가 편리해서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긴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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