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야기

76. 수구초심

초막 2024. 1. 8. 01:27

수구초심(首丘初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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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죽을 때
고향을 그리워하며
머리는 고향을 향하여 죽는 다는데
사람도 늙어서 죽을 때는
고향을 지난날을 생각한다는 건데
/
세상은 엄청 많이도 변했고 달라졌지요
초등학교땐 버스가 저녁에 학교까지만 들어왔다가
아침에 나가는 게 하루 1번 전부였는데(오지까지 안감)
겨울철에는 불을 켜고 들어오면서 멀리서 비쳐오는 불빛은
골짜기 마을을 헌 하게 비추고 마치 영화화면 스크린처럼
버스가 가까이 오면 비친 그림자가 벽면에서 서서히 내려오며
버스 불빛이 참 신기하였고 버스 번호도 외웠는데
"3030" 기억하는데 그 넘버 아직도 있을까
/
여름엔 해가 길어 낮에 들어오는 거 같고
그렇게 한 번씩 들어오는 버스는 콩나물시루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아침 출발에서 꽉 차면
다음 동네는 그냥 통과 걸어서 면소재지까지 가서
다른 데서 내려오는 버스 타고 읍내로 갔지요
/
그 시절엔 시계도 귀하여 버스 지나가는 거 보고
대충 몇 시인가 짐작,  읍내라도 한번 가려면
불 켜 놓고 새벽밥 먹고 한참을 걸어 큰 길가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늦장이라도 부리다간 그냥 노치는 수가 있고
꽉 차서 내려오면 푸리패스 요즘 같으면 사달 나지만
그래도 말 하마디 못하였고,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결장
그러면 읍내 소재지까지 걸어서 대목장 보려 갔지요
/
홍수로 길이 파손되면 동네 사람들 동원
지게로 퍼 날라 그렇게 길 다듬었는데
지금은 굽은 길 바로 펴고 확장되고
포장도 말끔히 배수로 암거도 놓이고
예전보다 시간이 1/3밖에 안 걸릴 거 같은데
파손되면 국가에서 복구 정비하여 준다
/
깊은 오지까지 들어가고  하루에 7번 왕복하고
인구는 1/5 정도라 모두 앉아서 갈 거 같은데
시상 정말 좋아졌네요......
그러나 면단위 인구는 65세 이상 50%를 넘어가고
아기 낳는 자가 없어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
지금 아이들은 콩나물시루 버스가
뭔지도 모를 건데??
역사 속 추억 속에나 남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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