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어라..!
(어느 요양병원 의사가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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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 나가면
어린애처럼 속이 없어지면
원하건 원치 않건 모두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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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에 60세 넘어
경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밤만 축낸다고 모두들 자식들의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을
떠났다고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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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노인들의
고려장 터가 되고 있다.
한번 자식들에게 떠밀려 그곳에 유배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 요양원이 고려장 터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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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자식들에게 떠밀려 가는 곳이다.
자식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하면
갈 곳은 그곳 밖에 없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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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면회 와서 서 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그 옆에 멀쭘하게 서있는 남자는 사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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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쯤에 서서 먼산 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이다.
복도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며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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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는 부모들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가서 살뜰히
보살피며 준비해 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아들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딸이 사다놓은 음료수 하나
까 처먹고 이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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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무슨 신주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원하며 금지옥엽 키워 놓은 벌을
늙어서 받는 것이다.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는 세상인 것을
그때는 왜 몰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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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요양원 오늘도 우리의 미래이다.
수많은 그들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의미 없는 삶을 연명하며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