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사람

171. 요양병원

초막 2023. 11. 7. 23:28

🌹황혼이어라..!
(어느 요양병원 의사가 쓴 글)🌹
 //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 나가면
어린애처럼 속이 없어지면
원하건 원치 않건 모두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
고려시대에 60세 넘어 
경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밤만 축낸다고 모두들 자식들의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을 
떠났다고들 하는데,  
 /
오늘날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노인들의
고려장 터가 되고 있다. 
한번 자식들에게 떠밀려 그곳에 유배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 요양원이 고려장 터 아니고 무엇이랴!..  
 /
그 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자식들에게 떠밀려 가는 곳이다.  
자식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하면 
갈 곳은 그곳 밖에 없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
요양병원에 면회 와서 서 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그 옆에 멀쭘하게 서있는 남자는 사위다.  
 /
문간쯤에 서서 먼산 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이다. 
복도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며느리다.  
 /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는 부모들 
그래도 이따금씩 찾아가서 살뜰히 
보살피며 준비해 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아들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딸이 사다놓은 음료수 하나 
까 처먹고 이내 사라진다.  
 /
아들이 무슨 신주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원하며 금지옥엽 키워 놓은 벌을 
늙어서 받는 것이다.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는 세상인 것을 
그때는 왜 몰랐던가.  
 /
요양병원 요양원 오늘도 우리의 미래이다. 
수많은 그들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의미 없는 삶을 연명하며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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