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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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잿빛 하늘 아래
눈보라 비바람 뒤섞여 방향도 없이 마구 휘날린다.
을씨년스럽지만 그다지 춥지 않으니
그런대로 봄의 운치를 느끼게 한다.
마지막 가는 꽃샘추위의 시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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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화창한 날만이 자연의 신비로인가.
삶의 한 단면을 연상시킨다.
살아간다는 게 험하고 힘들어도
그 속에 푹 빠져 함께 몰입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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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 속 여유로움을 찾는다고
이런 날도 삶의 운치가 녹아 있다.
지나고 나면 운치는 추억이 되고 그리워진다.
오늘도 그 운치를 따라
매번 가던 길이지만 정처 없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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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전을 스쳐가는 싸한 봄바람이 한결 부드럽다.
그저께까지도 앙상한 가지였는데
줄기 여기 저기 파란 움을 틔운다.
내 마음 내가 속일 수 없듯이
물오르는 봄기운을 어찌 할까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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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가지 물오르는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