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11월의 고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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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전설“10월의 마지막 밤”도 잠들고 11월의 닫을 올렸습니다.
춥다고 하기도 그렇고 가을이라 하기도 그렇고
햇살 따끈한 한낮은 화사한 봄날처럼 졸음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아침저녁 서늘한 공기는 영락없는 11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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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기도 하고 눈보라 휘몰아치기도 합니다.
일년 열두달 달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찬사를 보내지만
별로 주목 받지 못하는 달이 11월이기도 합니다.
기다리는 자도 반기는 자도 없는 11월이지만
그냥 건너뛰고 넘어 갈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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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화려함을 마무리하고 연말 12월의 설레임을 준비하며
매년 남의달 뒷 치닫꺼리에 분주하였는데 올해도 그러하겠지요.
그러나 추풍낙엽의 운치는 11월에 절정을 이루며
쓸쓸함을 더하여 조용하게 11월을 열어 갑니다.
창구학교 시절 찬서리 무서리 내린 아침 세수하려고 하면
차그므리한 감촉의 오싹한 한기 정신이 번쩍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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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감나무가지에 까치.까마귀밥 낱감 몇개 대롱대롱 거리고
풍성한 오고백과 사라진 널따란 논.밭에는 가을보리 땅속에 묻고
텅 빈 공간의 황량함은 11월의 고향들녘 풍경 이였습니다.
마늘파종하고 얼지 말라고 썩우쇠(지붕 덮은 이엉)로 덮어 주고
밀. 보리도 파종하며 11월은 수확도하고 파종도 합니다.
11월이면 텃밭 무 배추위에 하얀 서릿발이 내리고
늦가을 초겨울의 정취가 물씬 풍겨났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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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땔감으로 갈비(떨어진 솔잎)를 갈쿠리로 긁어모아
청솥갑을 두르고 칡넝쿨이나 새끼줄로 동여맨 둥거란 갈비짐
솔잎(갈비)이 오래된 것은 우중충한 죽은 갈색이나
11월의 갈비(솔잎)는 금방 떨어진 잎 이여서 윤기가 조르르 흐릅니다.
고향어르신들은 당시의 이런 풍경을 잘 아시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를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겨울 땔감 준비하면서 김장김치 메주콩 끓일 준비도 하고
이러면 일 년 농사 얼추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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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사의 뜻으로 제사 음식 장만하여 떡짐 지고서
산으로 들로 조상님묘소 찾아 성묘(고향사투리는 시사)도 갑니다.
제사 음식은 동네 집집마다 돌리기도 하였지요.
이런 11월의 바쁜 일정은 12월 달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11월은 마무리와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달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11월이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합니다.
40여년전 이런 고향의 전설도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