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복통

3. 숨바꼭질

초막 2010. 3. 4. 15:55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그때는 가슴 졸이며 말하기 어려웠던 까마득한 추억

그동안 속앓이만 하다가 40여년이 지나고서야

이제서야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1966년 초등학교 4학년 겨울 방학

당시에는 어느 집이건 형제들이 많아 옷이 작아지면

동생에게 내려주면 동생은 형의 옷을 받아서 입곤 하였지요.

그만큼 생활물자가 귀하던 시절 이였습니다.

나도 단벌 내복을 초겨울부터 입고 다니다가

겨울 방학을 맞아 빨게 되었는데

내복이 마를 때까지 속옷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헐러덩한 고무줄 바지만 입고 방학이라 방안에만 있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며 뛰어 노는 소리에 참을 수가 없어

헐렁이 바지 입은 채로 집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렸지요.

 

술래가 눈을 감고 20까지 셀 동안에 빨리 숨어야 하는데

나는 볏짚가래위에 숨으려고 볏단을 잡고 급히 기어서 올라가는데

뒤에서는 같은 반 여자친구가 따라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빨리 오르려고 속력을 내는데

뒤에 있는 여자친구가 미끄러지면서 그만 나의 바지를 잡았습니다.

헐러덩한 고무줄 바지는 그대로 홀라당 벗겨졌고

응급결에 그대로 뒤로 딩굴면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처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친구들도 모두 숨너라고 정신이 없어

마침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그 친구와 나는 서로 엉켜지면서

그 친구의 손은 만져서는 안 될

나의 벗겨진 거시기를 위를 짚고 있다가

얼런 손을 떼면서 엄마야 하며 화달짝 놀랐지만

아뿔싸 깨어진 항아리요 엎질러진 물이 되었으니

 서로가 얼마나 민망하고 황당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내 거시기가 짓 눌려서 얼마나 아팠는지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혼자 움켜잡고 펄쩍 펄쩍 뛰었는데

믿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였습니다

서로가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 여자 친구가 하는 말

“나 아무것도 못 봤다 그런데 너는 속옷도 안입고 다니니” 하고 묻는데

차마 단벌이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못봤다 하면서 왜 속옷 안 입고 다니는 것은 물어 보는지

그 일 이후로는 길을 가다가도 그가 나타나면 왠지 쑥스러웠고

그 여자친구를 피해 다녀습니다 

 

그렇게 둘만이 아는 비밀로 간직하면서 살아온지 언 40년이 넘었습니다.

들여오는 소문에 의하면 결혼하여 부부간에 금술도 좋아

아들딸  순풍 순풍 잘 낳아 셋이라는데

혹시 그때 내거시기 만진 기운때문일까?? 

신랑이 알면 미움 살까봐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 가겠지요

그녀도 지금 어디에선가 살면서 그때 있었던 일을 기억 할 텐데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하려니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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