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등들판

77. 유구무언

초막 2025. 3. 28. 16:04

유구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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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돌아 보면
그리움 아쉬움 후회도 원망도
어찌할 수 없는 게 추억인가
세월은 지나간 일들은 말하지만
다가올 날은 야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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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세월 추억이기도 하다
추억? 좋은 일만은 아니며
아쉽고 후회스럽기도 한데
돌이킬 수 없는 마음뿐이로다
이리석음 미련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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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넜나
알쩍찌근한 만남도 이별도 있다
그래서 만날 사람은 꼭 만나고
헤어질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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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못 할 것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유구무언 -- (없음)
그러면 그럴 수밖에,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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忽聞人語無鼻孔 홀문인어무비공
頓覺三千是我家 돈각삼천시아가
六月燕巖山下路 육월연암산하로
野人無事太平歌 야인무사태평가
홀연히 콧구멍이 없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
문득 깨치니 삼천세계가 나의 집이라.
유월 연암산 아래 길에서
야인은 일없이 태평가를 부르네.
出處 : 경허(鏡虛 1849~1912)스님 오도송(悟道頌).
스님이 수행중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 라는 말을 듣고 깨우쳤다는 일화가 있다.
그 뒤 서산 연암산 천장암에서 수행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