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늙음의 미학
늙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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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지기 전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했을까.
아름다운 단풍이었다.
말년의 인생 모습도 낙엽처럼
화사하고 장엄한
파노라마(panorama) 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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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봄꽃보다
가을 단풍을 더 아름답게 본다.
아침 이슬도 아름답지만,
해 질 녘의 저녁놀은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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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유혹’과 ‘죽음의 공포’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하는 것이 인생의 참 공부다.
비움의 실천은 ‘버림’으로써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점잖게 ‘나눔’이라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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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비록 아름답지만,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처녀가 설령 아름답지만,
처녀를 버려야 ‘옥동자’,
‘옥동녀’를 낳을 수 있다.
죽음이란 ‘버림’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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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의 청춘도 아름답지만,
버림의 노년은 더욱 아름답다.
이것이 늙음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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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쥐고 태어나는 것은,
세상에 대한 욕심이요,
손바닥을 펴고 죽는 것은,
모든 소유로부터의 비움이다.
생의 가장 큰 가르침은 죽음이다.
선현은 죽음으로써
인생의 진리를 깨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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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비운 만큼만 채울 수 있다.
두 손으로 잡아보았자 두 개뿐이요,
놓으면 우주가 내 것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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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되면 언행이 무겁되 어둡지 않다.
품격이 고상하되 야하지 않다.
그래서 ‘점잖다.’라는 말이 성립된다.
곧 ‘젊지 않다.’는 말이다.
젊은이처럼 감성에 쉬이 휘둘리거나,
분위기에 가볍게 흔들리지 않는다.
점잖음, 그것은 중후한 인생의 완결이자,
노인이 보여줄 수 있는 장엄한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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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 바로 오늘이다.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소망하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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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끝은 죽음이다.
단풍잎이 어느 이름 모를 바람에
느닷없이 똑 떨어지듯이
그렇게 죽는 것이,
오복의 하나인 고종명이다.
죽고 사는 것이 달려 있는
매우 위태한 고비를 일러,
사생관두라 한다
밥이 맛을 잃으면 30일 만에 죽게 되고,
공기가 맛을 잃으면 3분 만에 죽게 된다.
순간의 유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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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떨어지듯, 정전되듯,
눈 깜짝할 사이에 밝음과
어둠이 새벽별 보듯 또렷하다.
신의 품에 다가가는 아름다운 구속···.
자유의 대 자유,
자유의 대 자유 속에서 늙어가는
즐거움을 그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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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예순은 해로 늙고,
일흔은 달로 늙고,
여든은 날로 늙고,
아흔은 때마다 늙고,
백세가 되면 분마다 늙는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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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떠도는 구름은 다시 볼 수 없네...
늙은이의 머리위에 내린 흰 눈은
봄바람이 불어와도 녹지를 않네...
봄은 오고 가고 하건만,
늙음은 한 번 오면
갈 줄을 모르네...
봄이 오면 풀은 저절로 나건만
/
젊음은 붙들어도 머물지 않네...
꽃은 다시 피는 날이 있으나,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네...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으나
사람의 마음은
아침과 저녁으로 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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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
(영국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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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월출산 큰 바위얼굴
박 성주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