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단편소설

단편소설
/
박정희대통령 시절 20살 갓 넘기고 군대가기전
70년대 하반기 음력설을 몇주 앞두고
시골 면사무소 신규발령을 받고 첫 숙직날 밤
숙직반장은 40대초반 바람둥이 중고참
밤에도 찾는 이가 왜 그리 많은지
초저녁 군청에 당직보고 하고는 밖으로 나가면서
시장통 00술집에 손님하고 있으니
무슨일 있으면 00번으로 연락하라고 한다
(당시는 교환을 통하는 수동전화)
같이 숙직하는 청부아저씨는 청소하고
사무실 난로불 연탄 갈고
식사하려 간다며 나가고
혼자 흑백티비에 푹 빠져 있는데
음력설 밑이라 텔레비젼도 잼있고
거리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런데 왠 전화는 그렇게 많은지
전화를 받으니 이장님 같은데
직원 바꾸라는 말에 황당했고
10시쯤 되어
숙직반장 00주사님이 시켜서 가져왔다며
다방 아가씨가 쌍화차 두잔을 갖고 왔는데
그때만 해도 다방에 많이 가본 경험이 없어
아가씨가 나보다 서너살 많은거 같아
나는 존대말 쓰는데
아가씨는 존대말도 아닌 어정쩡한 말투로
총각 총각 하며 나를 동생 취급하면서
내 손이 예쁘다며 만져보고 여자손 같다하고
자기손은 거칠다며 만져보라 하구 젖티도 만져보라 하는데
늦은밤 텅빈 사무실에서 둘이만 난로가에서
분위기가 참 어색했고 기분이 묘했다.
밤 12시 넘어 청부 아저씨가 들어와
전화기 떼어 숙직실로 옮기고 숙직실 이불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녘이 되어서야 반장이 들어오니
연배인 청부아저씨 왈, 오늘도 거기(기생집) 갔다왔냐며
00엄마한테 야기한다며 웃으면서 어름장을 놓으니
반장왈 애 엄마에게 말하면 큰일 난다며 신신당부 한다.
쑝쑝을 했는지 뭘 했는지 궁금했지만 샤트마우스.
/
몇 달이 지나고 애띠고 앳띤 18살 처녀가
00에서 학교를 갓 졸업하고 첫발령 받아 왔는데
군에서 제대하고 복직한 24살 선배(총각)가
보자말자 필이 꽂혔는지 저건 내꺼 하길레?
그때는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18살 아가씨는 산밑 근쳐(셋방)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데.
선배(총각)는 어느날 밤늦은 퇴근길 뒤따라 가서
산밑 보릿짚 가레에서 홀라당 벗겨놓고 작당을 쳐서
그 처녀가 너무 놀라 둘은 원수 같이 지냈지만
요즘 같으면 구속 파면 감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남자를 먼 곳으로 전출 보내어
둘이서 그렇게 떼어 놓았는데
멀리 가서도 늦은밤 자취방에 찾아오고 그러더니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원수같이 지내던 사이가 찰떡궁합같이 좋아져
빨래도 해 주고 남자측 부모님 댁에 가서 일도 해 주고
그렇게 둘이서 결혼할 것 같더니만
여자측 부모님댁에서 반대가 심하여
그 처녀는 고향으로 발령받아 가면서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그렇게 영영 헤어졌다
지금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 선배 직원과 술 마시면서
놀아난 야기들 털어놓는데
젖티가 요만하고 뭐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자상하게도 야기를 해 주는데
남자는 절대 믿을게 못 되구
비밀이 없어유.....
/
소설 같으면서 소설이 아닌것 같기도 하구
알려지면 사달 나는데
지금은 공소시효도 지나고 각자 가슴에 묻고 살아가겠지요.
묻음까지 안고 가야할 비밀인데
지금은 처녀가 할머니 되었겠지요
추억이라 하기도 그렇고
아픈 사연일까? 슬픈 사연일까? 아름다운 사연일까?
어쩌면 이글 읽으면서
저 야기는 내야기인데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