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고향(4계절)
고향
/
우리나라 내륙 깊숙이
00산줄기 00산 기슭에 자리잡은
내 고향 00리
언제 들어도 정겨운 이름
큰마 창전마 송진마 구암마 4개 자연부락이 있습니다
마을 앞 시냇물 굽이굽이 돌아서 00강으로 흘러가고
뒤로는 기암괴석 소나무숲으로 우거진 00산이
마을을 감싸며 병풍처럼 펼처져 있으며
00산 중턱에 자리잡은 00사가 마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봄이면 양지바른 언덕빼기 텃밭에는 봄나물 지천이고
앞산에 봄기운 가득 머금은 아지랭이 피어 오르면
연분홍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피어 온 산천 붉게 붉게 물들였습니다
봄바람 타고 물오른 버들가지 꺽어 버들피리 만들어 불면
낯에는 종달새 노래하고 밤에는 뻐꾸기가 울었지요
여름이면 쉴새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 여름이 왔음을 알리고
푸른 시냇물 넘실거리는 쇼에서 알몸으로 철퍼덕거리며
멱감는 아이들의 물장구소리는 삼복 더위가 깊었음을 알려 줍니다
산 기슭 (진등)연못가에는 소모는 아이들이 모여들어
못뚝에서 씨름도 하고 소풀도 베고 그러다가 딸기도 따 먹었지요
가을이면 산송이를 비롯하여 머루 다래 산밤 도토리 등은
마을 사람들의 풍성한 선물이며
들판의 메뚜기는 도시락 반찬으로 진미였으며
앞산 뒷산 울긋불긋 수놓은 곱디 고운 가을단풍
차디찬 서리발에 한잎 두잎 떨어 질 때면
탱글 탱글 영글은 고구마 감 밤 등 가을 걷이에 눈코뜰새 없고
넉넉한 동네 인심은 먹거리 천국이 됩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백설
눈 내린 00산 정상에 오르면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경적소리와
산사에 울려 퍼지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어우려져
환상의 장관을 이룰때면 겨울산행의 극치를 더해주며
흰눈으로 단장한 올망졸망한 마을을 내려다보노라면
하얀 융단을 깔아 놓은 신선세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철따라 사시사철 아름다운 내 고향에도
산업화 바람이 불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갔습니다
지금의 산과 들은 옛날 그때 그모습 그대로인데
그때 청년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나도 중늙은이가 되어 가고
우리아이는 내가 하던 일을 물려 받았습니다
옛날 내가 놀던 동네어귀 묘등선에는 왠 낯선 아이들이 놀고
마을 앞 빨래터에는 새로 시집온 낯선 아낙네들이
안방마님이 되어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할매 할배들의 정겨운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 오갈 때마다 보았던 낯익은 언덕 위에
웬 낯선 무덤들을 보노라면
슬픈 전율이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저 무덤 속에는 누가 누워 있을까
40여 년 전 낯익은 얼굴일 것인데
찡한 가슴은 초등학교 6학년 마음이 됩니다
이렇게 좋은일 궂은일 다 지켜보며
비가오나 눈이오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00산 정기 어린 내 고향 00리를 지키온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있기에
고향이야기를 쓸 수 있는 영광을 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