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과 추억

66. 버려라

초막 2018. 2. 7. 14:16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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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이 뭘까??

잘먹고 잘자고 잘싸면서 숨 잘 쉬면 된다.

그리고 마음 편안하면 건강하다.

어디가 삐끗하고 불편하면 이것이 잘 안 된다.

그러면 숨쉬기가 힘들어 지고 더 힘들어지만

들이 마신 숨 못 내쉬면서 저 세상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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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것은 못 들여 마셔 죽는 게 아니라

들여 마신 숨 못 내쉬(버려)면 죽는 것이.

병들고 망가지는 것은 부족함 보다는

넘쳐나는데서 그 원인이 더 많다.

세상이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삶이란 버리는 것을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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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서 고통이 따르고 갈등도 생기고

분노도 치밀어 오르고 답답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온갖 괴로움이 올라오는데

버리고 나를 돌아본다는 게 쉽지 않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야

모든 것이 평정되고 다 버리고 내려 놓는다.

그 이전에 느끼며 깨우치는 것이 수련이고 수행이다.

그 과정은 고행의 길이며 삶 자체가 고행인데

편하게 산다는 것은 삶의 의미가 없으며

수행이란 곧 이러한 삶을 다스려 가는 것이며

잘 다스리면 사사로운 것쯤에는 억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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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한번 와서 한번 가는 인생

죽어지면 썩어질 몸이지만 잘못 다스려져

편안함과 쾌락만 쫓아 가다가 망가진다.

버리고 참음의 묘미를 느끼며

 삶의 과정은 복잡하지만 결과는 단순하다.

내 안의 나를 놔두고 밖에서 찾으려고 하니

실체는 못보고 껍데기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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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전 이맘때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러갔다.

서산에 걸려 지는 해처럼

아물 가물거리는 것 같다.

세상은 천지개벽을 할 정도로

당시와 지금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환경도 친구도 나도 많이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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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변치 않고 지울 수 없는 것은

당시의 추억과 그리움이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막을 수 없지만

추억의 그리움은 선명하게 떠오른다.

살아간다는 게 이런 것인가 보다.

삶도 역사도 순리대로 가지만

세상은 바람 잘 날이 없으며

살아온 순간들은 격동의 세월 이였다.

어느 하나 소홀히 헛되게 보낼 수 없다.

그러하지 못하였기에 내 처지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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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사고 자살 기타 등등으로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떠난 사람도 많다.

남은 자 또한 마음이 편치 않으니

세상은 아웅다웅 다툰다.

지나고 나면 다 부질없는 짓둥머리 인데

나부터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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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진세상 모진세파에 시달리며 사노라면

버리고 내려놓고 비운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어찌 하겠는가

삶의 묘미는 참는 것이니 그렇게 가야지

넓게 길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작은 것 하나 하나는 더더욱 그런데

그것에 목숨 걸기도 하고 운명을 맡기기도 한다.

그렇게 어리석고 한심한 인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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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가면 다시 못 오는 인생 잘 살아야 하지요

잘사는 것이 뭘까 마음의 깨달음이다.

그 깨달음은 버려야 한다.

소나무가 늘 푸른것은 잎을 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