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달빛 정기
달빛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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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이 아무리 발달하고 신세대 교육을 받은 자라도
미신에 대한 유혹은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미신을 꼭 믿는 다기 보다는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동경 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아가서 미래를 알아보고
그 처방을 실행에 옮기기도 하는데
그 효험이 있을지 없을지는 각자 판단에 맡기고 단적으로 이야기하기도 곤란합니다.
이사람 이야기 들으면 이사람 말이 맞는 것 같고
저사람 이야기 들으면 저 사람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귀한 어느 독자 집안에 딸만 5명 놓고 아들을 놓지 못하자
정초에 이름난 점집을 찾아가 아들 낳는 비책을 물어 보았습니다
그때 처방이 정월 대보름날 보름달이 뜨면
밤2시에 창문을 활짝 열어 재치고
알몸으로 거사를 치루어야 한다는 것 이였습니다.
요번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거사당일 저녁9시쯤 되어 딸들을 후들겨서 잠자리에 들게 하고
남편도 조금 있다가 힘 잘 쓰라고 꿀물 한사발 타서 먹여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며
2시에 깨울 테니 일어나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주고
목욕재계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밤 2시가 되어 달은 휘영청 밝고 날씨는 고추같이 추운데
남편을 흔들어 깨우니 잠에 푹 빠져서 눈만 꿈벅 꿈벅 하는데
그래도 처방대로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달빛정기 받으려고 아무것도 덮지않고
뽀시시한 엉덩이 확 덜어 내니
살을 애는듯한 공기 온몸을 얼어 붙게 만들었는데
그래도 남편은 잠에 취하여 비몽사몽간에 일을 치루었습니다
발빛 그림자 출렁일 때 마다 말 그대로 달밤에 체조하듯 일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10달후 달빛정기를 제대로 받았는지 옥동자를 낳았습니다.
아들은 무럭 무럭 자라서 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아들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고 수업시간에 자주 꾸벅 꾸벅 졸았는데
선생님이 그 까닭을 어머니에게 묻자
"우리 아들은 달빛정기를 타고 나서 그렇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리 없겠지요
선생님도 시집가서 남편과 달밤에 체조해 보시면 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