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87. 아직도 덥다/

초막 2014. 9. 3. 16:16

아직도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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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따스함과 나른함, 여름의 시원함과 텁텁함, 가을의 상쾌함과 공허함,

겨울의 아늑함과 차가움, 계절 따라 느껴지는 극과 극의 기분이다.

내 생각이 어디냐에 따라 세상의 이치도 이렇게 비춰질 것이다

같은 사안이라도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의 갈래는 천태만상이다.

계절의 바람 시류의 흐름을 잘 타면 좋은 세상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혹독한 세상 우울한 날들이다.

태양 볕 따가운데 살랑살랑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참 시원하다

볕이 강해도 나뭇잎을 뚫을 수 없으며 볕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

찌찌거리는 매미소리가 지쳤는지 힘없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가을이 왔다

태양열에 뿌연 수증기 서린 하얀 연무가 부드럽게 곱게 드리워지는 풍경이

포근하게 다가오며 간편한 복장의 시원한 몸매도 보기가 좋다.

내처지가 빈곤하면 무엇이 제대로 다가오겠는가.

현명하고 지혜로우면 더 어려운 처지도 생각하며 영혼이 맑아진다.

그러면 여유가 생겨나고 낮추고 숙이고 더 겸손해진다.

같은 사안이라도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으로 갈린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어찌할 수 없는 비굴함은 겸손이 아니라 항복이다.

어떤 경우라도 여유 틈새는 있는데

먼저 숙이고 베풀고 배려함은 그 위상이 더 높이 올라간다.

현재의 불편함과 고단함으로 더 망가지고 힘들 수도 있는데

다가올 앞날을 경계하지 못하고 궁상에 빠져들면

정말 구제불능 그대로 주저앉으니 현실을 직시하며 나를 느껴본다.

욕심으로 전절되어 안전부절하는 마음이 곤욕이고 형벌이다.

무엇이 나를 위하는 것이고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알 듯 말 듯 하지만 잘 모르며 알면서도 관심이 없고 핑계만 찾는다.

매미소리를 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웃는다고 할 수도 있다.

울고 싶은 마음이 더 많으니 그렇게 들리나 보다.

스스로 낮추고 숙이고 겸손해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솔한 내안의 나를 들여다본다면 별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모 안 나게 둥글둥글 살아가야 하는데

지나고 보면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꽃피는 춘삼월이나 풍성한 가을이나 다 좋은 계절이나

내안의 내가 최고다.

철 지났지만 아직도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