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
62. 空(공)이로다./
초막
2014. 1. 21. 03:14
空(공)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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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영원한 것은 없으며 한시적이고 유한한데
웬 생각이 걱정이 집착이 욕심이 그리도 많은가
입으로 머리로는 부질없는 것인 줄 알면서도
마음으로 새기지 못하니 심란하다.
뭔가를 막상 쓰려고 하니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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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돌고 돌아 그 자리로 온다. 계절도 그렇다.
작년에 핀 꽃은 다시 피고 비도 눈도 다시 내리는데
100년 전 이맘때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백년후의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다 공(空)이거늘 알면서 웬 헛다리를 짚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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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과 이유를 찾으려면 말 모자라 못하겠나.
생각하면 근심 걱정 아닌 것이 없지만
비우면 아무것도 없는 空(공)이로다.
비교하고 견주어 보니 끝없는 욕망은 그칠 줄을 모르네
이 세상 백마 타고 온 왕자도 없고
지금은 절색가인 황진이 양귀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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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아무리 글 잘 쓰고 박식해 보여도
인터넷은 인터넷일 뿐이고
그림의 떡은 떡이 아니라 그림이다.
그냥 그림으로서 행복감을 찾고 감사해 하자
헛된 생각해 봐야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헛물만 켠다. 세상이 이러하거늘
어리석은 그대는 누구인가 그가 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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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고나면 한자락 꿈일지니 구차한 해몽은 하지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