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3분 명상
3분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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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이면 불혹(不惑)이라 하는데
불혹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지금 내 나이 40을 하고도 한참을 더 지났건만
쓰리고를 할까 말까 망설일 때 옆에서 부추기면 혼란스럽다.
그러다가 박을 쓰고 모은 점수 물거품이 되어 허공으로 날아 갈 때
밀려드는 허무감은 불혹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그 동안 수도권 머시마들과의 만남은 언 60회가 되어 가며
함께한 잠자리(밤)도 고스돕판도 나이도 60회를 바라본다.
그러면서 같이 먹은 밥그릇과 커피잔은 200개가 더 될 것이다.
그렇게 쌓아온 만리장성은 죽을 때까지 이어 갈 것이며
그 만리장성은 그 누구도 허물지 못하며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높은 사람이나 사돈지간이나 껄끄러운 관계이거나 기타 등등
조심스럽고 편치않은 만남은 맛 나는 음식도 술도 별로이며
가시방석 같은 자리는 불편하고 지루하다.
우리들만의 편안한 자리는 하고 싶은 말 거침없이 하고
무엇을 먹든 맛나고, 휴가 때 비가오든 바람이 불든 만나면 즐겁다.
거기다가 48마력짜리 기계한대면 금상첨화며 요즘은 기계가 2대로 늘어났다.
살다보면 편하지만 편하지 않을 때가 있고
힘들지만 그것이 오히려 편안하기도 하다
힘들고 곤피 곤피하고 궁상맞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마음이 잘 열리지 않으며
마음이 닫혀 있으면 세상 그 무엇이 다가오겠는가.
초등학교 다닐 때 보아온 어르신들 지금은 대부분 안 보인다.
지금 우리들 나이가 그 보다 더 많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동창회 때 만나 잠 잘때면 남녀 따로 방을 사용하지만
60넘어가 고추에 약발 떨어지면 손잡고 같이 자도 괜찮다
그러나 대연이와 재인이는 다른 방을 주고(농담) 그만큼 허물없는 사이다.
그러고 보면 못 비울 것도 없는데 현실은 현실인지라 잘 되지 않는다.
풍진세상 눈물도 한도 미움도 원망도 근심걱정도 두려움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한 순간이고 언젠가는 봄눈 녹듯 녹아내리는데
가로막고 있는 그 마음의 장벽을 까부수면 조용하다.
변명 원망 넋두리 해봐야 마음만 아프지 풀릴지 않는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생각하면 나의 처신에 문제가 있는데
막다른 골목에 몰려 선택에 여지가 없으면 이보다 더 답답한 것이 없다.
나이 먹어 갈수록 선택권(권한)이 하나 둘 서서히 넘어가는데 지금은
T.V채널권도, 컴퓨터사용권도
후순위 채권되어 이름만 걸린 바지사장이다.
누워있으면 집에 누운 자나 산에 누운 자나 다를 바 없어
선택권은 없다. 이것이 늙어가는 것 아닌가.
늙어 간다는 것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 몰리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도 건강하고 힘 있으면 늙는 것이 아니다
물론 사고(생각)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능력 있을 때 주어진 선택권에 대하여 감사해 하고 겸손하자.
남의 아픔이 아무리 큰들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아픔보다 더 절실하게 다가 올 손가
한쪽 눈으로 나를 본다면 다른 쪽은 세상을 보아야 하는데
지난날 그러지 못하였기에 지금 비틀거리는 것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가올 내일의 운명!! 그것을 누가 알겠는가??
내 어렸을 때 겨울이면 문틈에서 황소바람 숭숭 들어오고
머리맡에 물그릇이 얼고 이가 득실거리고
여름엔 모기 파리 떼가 우굴 거렸는데
지금은 볼거리도 먹거리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살만하다.
문제는 돈인데?? 그것은 나도 모르니 삶의 정답은 없다
차이(다름)를 인정하지 못하고 비교하기에 번뇌가 올라오고
내 에고에 내가 갇혀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하느님 부처님 부모님 은덕을 염원한들
무엇이 와 닫겠으며 공허한 허공의 메아리다.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으면 편안하다는데 그것이 잘 안 된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세상엔 나 홀로 존귀하며
올 때도 혼자 왔고 갈 때도 혼자 간다.
유행가 가사처럼 빈잔 들고 취하다가 빈손으로 가는 연극 같은 인생사
이게 삶인데 무엇을 더 담으려 하고 뭐를 더 바라는가.
다 내 욕심의 허상이거늘 이것이 나의 일상이고 역사가 된다.
그 삶 자체가 고행인지라 쉽게 편안하게 살려고 하지 말자
그래서 일상생활은 곧 수행修行)이여야 한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오만가지 생각과 감정들
주변 변화(여건)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며 항상 출렁인다.
나는 거기에 맞추어 잠시 머물 뿐 그 생각과 감정의 주인이 아니다
주인이 아니기에 그냥 흘러가게 놔두고 바라보면 된다.
내안에 있다하여 내 것인 양 집착하여 그것의 노예가 되면
내 삶이 아닌 보여주기 위한 남의 것이 된다.
이글거리는 강열한 태양 볕 쐬고 비바람 눈보라 맞고
찬이슬 내린 과일이 빛깔도 곱고 달고 향기가 나는 것처럼
세상사 온갖 풍상 겪어봐야 삶의 가치를 안다
머리로는 이렇게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니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어쩠거나 세월은 간다.
(2013년12월21일,친구들의 만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