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隔世之感(격세지감)/
隔世之感(격세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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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는 것 같으면서 시간은가고 세월도 흘러갑니다.
그리고 우주도 빠른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지요.
그러면서 계절이 바뀌고 나이도 먹고 늙어갑니다.
세상 또한 지나고 보니 지난날과 엄청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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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시골 밭 뚝 가 뽕나무의 오디도 따 먹고
과수원의 과일도 슬쩍했는데
요즘은 아이들도 없고 오디는 새까맣께 뭉뎌려지고
뽕잎은 검푸르게 넘실거리지만 찾는 이 없습니다.
딸기도 익어서 그대로 떨어집니다.
간혹 50대 이상 분들이 옛 생각에 찾아가지만
분위기도 맛도 옛날 그때 그 시절과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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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과수원은 철조망에 아카시아 까시나무에
사나운 개를 풀어서 지켰는데
요즘은 철조망도 까시나무도 사나운 개도 없으며
몰래 쓰리 하는 아이들은 없고 잡초만 무성합니다.
그러나 걸리면 그동안의 피해 몇 십 배 다 물어 주며
법대로 가는 야박한 인심이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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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도 조경으로 심어놓은 살구가 무르익어 먹음직하지만
따가는 사람 없어 무르익어 바닥에 떨어져 흉물스럽다
노인네들이 아깝다면 몇 개식 주워갑니다.
우리 어릴 때 생각하면 오디도 딸기도 살구도
익기도 전에 작살이 났을 텐데
선 것 마구 따 먹다가 가끔 배앓이 한 적도 있었지요.
세월의 隔世之感(격세지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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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세태가 이러한데
옛날이야기 잘못하다가는 어리석고 구세대가 되지요.
그래도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며 통하지요.
이해하지도 못하고 통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왜 자꾸 하는지
나도 주재 파악을 해야 되겠지요.
지금 내 나이의 그때 그 시절 당시 어른들을 생각하면
어디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그래도 궁상맞은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