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안도의 한숨
안도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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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아슬 아슬 위험한 순간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던 일들
내 지혜였든, 누구의 도움이였든, 조상의 보살핌 이였든, 신의 가호였든,
잘 넘겼다면 감사해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하지 말았어야 할 짓이라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
지난 일이지만 생각하면 가슴이 오싹하고 등줄기의 식은땀이 흐른다.
현명한 자는 이런 일을 교훈 삼아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기분으로 살지만
어리석으면 계속 반복하다가 불행의 늪으로 빠져 들기도 한다.
이런 고비 자주 맞이하면 그때마다 폭삭 폭삭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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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그 순간 모면하면 개구리 올챙이시절 생각하지 못하고
뭔가는 무용담처럼 그때 일을 떠벌리고 싶어지면
잡념이 올라오고 양심도 꿈틀거리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불행의 아픔을 당하면 작은 것은 아무 감각도 신경도 써지지 않는다.
가령 교통사고로 목숨이 오락가락하면 찰과상쯤은 아무 감각도 없다.
그런데 편안하게 가만있으면 오만가지 생각으로 여기 저기 아픈 것 같고
세상 나쁜 정보들이 꼭 나를 두고 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좋은 말과 글들이 있지만
그 어는 것이 내 마음 사로잡아 나를 인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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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힘들고 괴로울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를 생각하면 모든 것은 잠재워 진다.
안도의 한숨을 쉬지 못하면 파멸과 죽음의 길이며
그렇게 하여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자도 떠나 간자도 있다
안도의 한숨을 쉴 때면 수천 번을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지만
현실에서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죽음은 이보다 더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것인데
욕심도 원한도 두려움도 걱정도 다 내려 놓는다.
이것이 진정한 버리고 비우기인데 그렇다고 죽어서는 아니 되며
죽음을 생각하면 역설적으로 편안하고 모든 것이 잠재워진다.
그 이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때를 생각하면
감사하고 겸손해지며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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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보는 시각에 따라 맞는 것도 있고 엉터리도 있다.
어느 한 잣대로 만 재단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이고 삶인데
나는 줄곧 내 잣대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내 안에 내가 갇혀서 내가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안도의 한숨 쉬던 그 순간은 어디로 갔는지
진단도 처방도 문제도 답도 다 나와 있다.
삶은 정답이 없으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올 여름도 무지하게 더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