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봄비/

초막 2013. 5. 15. 00:58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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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 좋다하고 나쁜 것 싫다하며

세상물정 있는 그대로 느끼면 최고의 삶이다.

왜?? 무엇 때문에 그렇지 못할까.

내려놓고 버리고 비워서 홀가분해야

사리판단 분별력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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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상에 사료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깨달음이다.

내 아상이라는 허상을 잡고 괴로워하는데

마음에 없으면 그만이다.

내가 없는데 무슨 상()이 맺히며 걸릴 것이 있단 말인가.

무엇을 다스리려고 하지 말고 정리하려고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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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위태하게 달려온 지난날의 차선은 험난하다.

한방 이였으면 삶이 말이 아닐 수도 있고

이 세상과 격리되었을지도 모른다.

세상 무서운 줄 알아야하고 감사해 하고

고마워해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신록의 푸르름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며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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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세상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출시되고

세상도 세월도 무지하게 빨리 돌아간다.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듯 봄의 싱그러움을 더해간다.

이 좋은 계절에 병실에서 갇혀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그들에게도 신록의 기운이 뻗어 푸르름이 피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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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먼 길을 가다보면

차선을 넘나들며 벗어나는 일도 있는데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차선이 원망스럽다.

지켜야할 차선 넘지 말아야 할 차선 위반하면

한순간의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으나

오래가지 못하며 사고로 이어지면

씻을 수 없는 상처는 평생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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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유턴 과속 차선위반 상습적으로 하면

언젠가는 사고내고 법망에 걸려든다.

캄캄한 밤이면 차선이 잘 안 보이지만

지켜야할 선은 그대로 그어져 있다.

캄캄할수록 더 조심하고 천천히 가야하는데

제멋대로 가다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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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참히 무너지는 일들을 많이 보아왔건만

생각 없이 달려온 지난 세월,

위반하고서도 사고로 이어지 않은 것에 대하여

감사해야 할지 부끄러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산다는 것은 무엇을 얻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정말 내려놓고 비웠다면 궁상떨지 말고

내세우려 하지도 말고 낮추고 낮추어 세상소리 잘 듣고

내 모습이 보일 때 까지 더 겸손해져라.

초여름으로 가는 봄비가 차갑고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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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내려놓고 버리고 비우면 즐거움이고 낭만이지만

움켜잡고 집착하고 욕심으로 가득차면 고통이고 괴로움이다.

어느 길을 가든 인생은 어차피 빈 술잔 들고 취하는 고행길이다.

언젠가는 내려놓고 비워할 잔이라면

좀 더 일찍 비웠어야 하는데

무엇에 억매이고 취하여 그렇게 비틀거렸단 말인가.

그 세월이 얼마이며 앞으로 어떻게 갈 것 같은가.

부슬 부슬 내리는 봄비가 촉촉이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