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

53.내게로/

초막 2013. 1. 19. 23:32

 

내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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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푹 빠져 몰입하면 자아를 잊고

근심 걱정 괴로움 슬픔 기타 등등에서 벗어난다.

괴로울 때는 그래서 일에 더 열중하여 잊는다.

이런 무아의 경지는 본인만이 느끼는 희열이다.

그 경지를 단정 지어 말 할 수는 없지만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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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곳에 푹 빠져드는 것이 무아의경지인데

이보다 더 훌륭한 삶의 목표 지향점이 어디 있겠는가.

유명한 고승들은 철저한 자기관리 수행으로

일반 범부 중생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화두를 던져주고 떠나가셨다.

고독하고 혹독한 참선수행에서

올라오는 그 무엇인가의 희열 그것이 무엇일까??

그 깨달음을 얻으려고 수행자의 긴 여정은 평생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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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인가 내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나만이 볼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느껴온다.

감추고 싶은 것도 있고 내 보이고 싶은 것도 있다.

감추어서 무엇 하며 알려서 무엇 하겠는가.

다 부질없는 것 인줄 알지만 마음속에서는 갈등한다.

그러나 나에게 내가 솔직하면 된다.

그동안 나에게 얼마나 솔직하였는가.

많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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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무엇을 위하여 그런 의문을 남겼단 말인가

알량한 자존심? 편안함? 잘 먹고 잘살자? 기타 등등.........

그럼 그렇게 되었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의문 부호만 남는다.

나는 누구란 말인가. 정말 나에게 솔직하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을 텐데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면서 남 탓만 하며

그냥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나에게 솔직하면 탓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는다.

그냥 막연하게 말로만 그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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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푹 빠져들면 그것만 보이고 그 사람에게는 솔직해 진다.

그 존중()의 대상은 여러 분야에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일 또한 푹 빠져들어 몰입하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나의 모든 것을 맡기고 푹 빠져들어가는 삶

이런 삶을 살아 갈수는 없을까.

속된 말로 거기에 미쳐 살 수 있는 삶

그 대상은 사람일수도 어떤 사물일수도 있다.

역으로 내가 그런 상대가 되어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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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푹 빠져들어 살아가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고

사사로운 것에 집착하거나 따져서는 아니 된다.

깊은 잠 숙면의 밤을 맞이하려면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일 때만이 푹 빠져들 수 있다.

내려놓지 못하고 뭔가는 움켜쥐고 불안하면

마지못해 껍데기 얕은 잠을 잘 수밖에 없으며

자고나면 어딘가 찌뿌디하고 개운치 않다.

한 자락 꿈이라고 하는 삶 숙면의 밤을 보내듯이

그 꿈을 깨고 나면 개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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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하여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안다.

가장 잘 알며 가까이 있으면서도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나를 잘 보지 못할 때가 많다.

호롱불을 내려놓고 등잔 밑을 보면

그동안 잘 알지 못하던 것이 선명하게 들어 난다.

호롱불 등잔 밑에서만 살아왔다면

밝은 불과 가까이 있었지만 어두게 살았다,

등잔 밑은 항시 어성크리하고 침침하다.

그렇게 내려놓고 내 속으로 들어가면 무엇이 보일까.

원래의 나의 천성은 무아니까 그것이 무아의 경지다.

무아니까 생각도 마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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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 있으면서도 답답한 세상

생각과 마음이 막혀 있기에 답답하다.

이런 나를 내려놓고 나 속으로 빠져들면

그 곳이 무아의 경지 열려 있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