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

52.허깨비로다.

초막 2013. 1. 8. 18:45

허깨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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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순리 역사의 순리 지나고 보니

다 그 길이고 그 길이였습니다.

같은 길이였는데 헛발질 하며 엉뚱한 길을 간자도 있지요.

나도 그 허깨비 속에서 허깨비를 잡고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는 삶을 한 자락 꿈에 비유하였는데

그 꿈속에서 깨어난 자가 없으니

아직도 허깨비 꿈속에서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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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 말에서 인생은 빈 술잔 들고 취하다가 가는 것이라지요.

그래도 그 안에 뭔가를 담고 싶은데

무엇을 채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도 내 몸 어디 찌뿌디하고 아파오면

만사가 귀찮고 삶이 싫어집니다.

어떠하든 다가오는 세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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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 불로 장생초가 있으며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다 달으면 내 마음이 만병통치약이고

믿을 것은 나 밖에 없습니다.

아프면 아픈 만큼 아파야 낫고

그러면서 저려오는 아픔이 고통스럽지요.

그 아픔의 고통 참지 못하여 이겨내지 못하면

이 세상을 등지는 가 봅니다.

왜 마지막엔 이렇게 고통스럽게 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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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허깨비 같은 마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느껴 본다면

그게 내 삶의 참 모습이 아닐 런지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왔건

지금 숨 쉬고 걸어 다닐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면

세상사 감사해 하고 겸손해야 지요.

세상에는 그러지 못한 자도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살자니 고통이요 죽자니 아직은 청춘이요하면서

힘겹게 더 고통스럽게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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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참고, 참고 참으며 굳굳이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삶은 고통이요 생활은 수행이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편하게 즐겁게만 살려고 하니 허깨비 속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런 허깨비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살아 왔는가.

돌아보니 기막힌 일도 있었고 한심한 일도 있었는데

그것의 업보가 업장으로 다가와 꽃을 피운다면

씨 뿌린 자가 열매를 거두어야 되겠지요.

이생과 전생과 후생을 연계시켜 보아도

열매의 씨앗은 같은 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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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추위도 찜통 같은 더위도 견디다 보면

뭔가가 찬하게 흘러내리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본래 본성의 순수함이며 거기에는 희열도 고통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희열을 맛보고

어떤 자는 고통을 느끼기도 하지요.

세상의 허깨비는 이렇게 늘 양분하고 대립하게 만듭니다.

세상 만물의 이치 이리저리 끼어 맞추어 보면

다 이유가 있고 필요한 것 이였으니

억울해 할 것도 아쉬워 할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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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넘어 사는 시대로 가는데

그 이전에 비통하게 요절하는 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려오기도 합니다.

겨울이 되니 여름이 그립고 여름이 되니 겨울이 그립고

그리고 봄도 가을도 생각나지요.

이것이 세상만사 108번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쪽면만 보고 그 반대편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는지

허깨비 속에서 더 이상의 헛발질 없기를 바라며

나를 돌아봅니다.